해마다 5월 가정의 달에 MBC는 ‘휴먼다큐 사랑’ 네 편을 방영한다. 금년 첫 편이 철부지 남편 신성일을 가슴에 품는 엄앵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였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덜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내할 수 밖에 없는 사랑공식을 엄앵란이 그대로 보여준다. 근데 그 방송에서 단연코 눈에 띠는 것은 신성일의 비쥬얼이다. 80세가 된 그는 백발에 주름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잘 생긴 과거의 모습과 다름없다.그래서인지 엄앵란이 그를 바라보는 눈은 늘 그윽하다. 연령불구하고 잘 생긴 외모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인간남자인 티토노스를 사랑했다. 영원히 사랑하고픈 그녀는 티토노스에게 불멸의 생명을 줄 것을 제우스에게 청했고 제우스는 그렇게 해주었다. 불멸의 생명과 더불어 불멸의 젊음도 간청했어야하는데 그를 못한 것이 불찰이었다. 티토노스가 백발이 되고 얼굴은 주름 투성이 노인이 되자 에오스는 마음이 달라졌다. 결국 에오스는 티토노스를 골방에 가두고 메뚜기로 만들어 버렸다.세월을 이기지 못한 사랑이다.관계의 저변에는 외모가 큰 몫을 한다.

남녀 상관없이 외모가꾸기에 몰입된 작금의 세태에 노인도 예외는 아니다. 노인이라는 뉘앙스는 늙어서 퇴물이라는 느낌이 크니 나이들수록 노인이 안되고 싶은 욕구가 간절할 수도 있을 성 싶어 하는 말이다. 고 최인호작가는 책 가족에서 ‘노인을 죽음의 벽만 바라보는 허섭스레기’에 비유한 보들레르를 인용하면서 그 노인들이 누구를 위하여 저렇게 화장을 하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딱히 누구를 위한다기 보다 자존감을 높히기 위해서라도 노인도 자신을 가꾸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최근 미 MIT 연구팀이 피부주름을 펴 주는 투명 인공막 크림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크림은 2~3분 안에 피부의 주름진 곳을 팽팽하게 당겨준다고 하는데 노인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전반적으로 나이들어 있는 것을 외모만 고친다고 노인이 아닌 것은 아닐 것이다. 얼굴에 인공막 크림을 사용하는 노인들은 언행과 생각에도 보톡스를 스스로 넣어야겠다. 한 몸에서 품어나오는 노인과 비노인의 언발란스가 기이한 느낌을 주면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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