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업설에 ‘술렁’ 삼척 도계 광업소를 가다
1980년대 연 120여만t 생산 현재 30여만t
“광산촌 희망 빼앗는 처사” 도시 파탄 우려

▲ 대한석탄공사 폐업설에 폐광위기를 맞은 삼척 도계광업소의 갱도 입구가 18일 한산하다.

18일 오전 폐광 가능성 소식에 어느 때 보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채탄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삼척 도계광업소를 찾았다.

도계광업소는 현재 도계생산부와 중앙생산부,동덕생산부 등 3개부서로 나눠 하루 195명의 광원과 외주 업체 직원 150여명이 투입돼 무연탄을 생산하고 있다.

3개부서 중 하루에 가장 많은 75명의 광원과 외주 보조업체 직원들이 투입되는 도계생산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대한석탄공사’라고 쓰여진 건물이었다. 광업소의 심장과도 같은 생산부 건물은 지하탄광과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돼 광원들이 캔 무연탄의 불순물을 고르는 선탄시설로 가기 전 임시저장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빛바랜 이 건물에서 지난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사업 조치 이후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광산의 민낯을 보는 듯 했다.

실제 도계광업소는 1980년대초만 해도 3300여명의 근로자들이 연간 120여만t의 무연탄을 생산했으나 현재는 감원·감산 정책으로 불과 700여명이 연간 30여만t을 생산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 8시 도계생산부 지하 갱도에 투입되기 전에 만난 광원들의 눈빛에는 최근 2022년 이후 도계광업소 폐업 가능성이 알려진 때문인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광원 중 일부 근로자는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른 감산과 감원의 시련을 거친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터라 이번 정부의 석공 폐업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5년간 탄광에서 일하고 있는 심 모(56)씨는 “합리화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고 그 후유증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폐업 방침은 마지막 남은 광산촌에 희망을 빼앗는 처사”라며 “나는 일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젊은 사람들의 생계가 걱정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또 이날 갱도에 출입하기 전에 만난 윤 모(41)씨는 “새 삶을 살기위해 2년전 광원으로 입사했는데 5년 뒤 폐광이 현실화되면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며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을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정부방침은 탄광 근로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도계 주민들은 석탄합리화 이후 대체산업으로 강원대 도계캠퍼스와 블랙밸리 골프장,하이원 추추파크 등을 유치했지만 여전히 경제회생이 더딘 상황에서 도계광업소까지 폐업할 경우 도시파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도계읍 전두리에서 23년째 생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 모(57·여)씨는 “10여년전만 해도 광업소 직원들은 매일 저녁 6시 무렵이면 광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몰려와 앉을 자리가 없었는데 지금은 평일이나 주말 할 것 없이 파리 날리기 일쑤”라며 “앞으로 몇년 뒤에는 더 어려워 진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푸념했다.

심진섭 석공 도계광업소 노조위원장은 “오늘날 적자가 난것이 광원들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부에서 서민연료라는 이유로 장려하면서도 제대로 된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도계광업소가 없어지면 광원들의 대거이주로 공동화 현상이 빚어진 철암과 같이 황폐화 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정부는 탄광 말살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척/박현철 lawtopia@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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