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원
강원대병원(농업안전보건센터)
재활의학과 전문의

젊고 팔팔한 나이에 허리통증은 대부분 일과성 통증으로 끝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비슷한 허리 통증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파스와 찜질팩을 달고 살게 되고, 약을 먹거나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해야 통증이 겨우 진정이 되는 상황이 된다. 어느 순간 통증이 항상 지속되며 가라앉지 않고 머리를 감거나 양말을 갈아 신는 등의 간단한 일상생활조차도 힘들어지게 된다. 이후 뒤늦게 전문 병원에 찾아가보면 이제는 만성화 된 통증 증후군이라며 약도 없고 물리치료도 큰 도움이 안 되며, 수술을 해봐도 나을 확률이 반반이라는 불치병 선고를 듣기 일쑤다.

사실 한 번 망가진 허리는 현대의학으로 아직까지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예방은 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을 한번만 경험하는 사람은 없기에 이미 허리 통증을 경험하고 나았던 적이 있었다면 통증이 다시 찾아오지 않게 하기 위한 예방법을 익혀야 한다.

의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허리 통증은 그 원인이 되는 부위를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다. 허리에서 통증을 민감하게 발생시키는 부위가 몇 군데 알려져 있는데 대개 그 중의 하나가 원인일 것으로 여겨진다. 자기공명영상 검사, 소위 MRI와 같은 최신 검사법이 나오면서 디스크의 상태 등의 허리 내부를 잘 들여다 볼 수 있게 돼 허리 통증의 원인을 아는 것이 그만큼 한결 수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허리 통증의 진단에는 세심한 진찰과 의사소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조기에 허리 통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았다면 치료와 예방에 절반쯤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

너무나 잘 알려진 부위인 디스크는 매우 친숙해서 ‘나는 디스크가 있다’라는 말이 널리 쓰일 정도지만 디스크는 정상적인 인체 부위이기 때문에 이 말은 어폐가 있다. ‘디스크에 이상이 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이 디스크는 척추와 척추 뼈마디 사이를 이어주는 동그란 원판모양의 부위로서 말랑말랑해 체중과 충격을 흡수하면서 척추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관절 구조물이다. 만약 디스크가 심하게 손상되거나 파열 돼 내용물이 흘러나오게 되면 당장 허리에 심한 통증을 발생시키고 엉덩이나 허벅지, 종아리까지도 따라 내려가는 통증이나 이상한 감각 등의 증상이 생기며 상당히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디스크 탈출이나 척추 협착증에서 터진 디스크나 좁아진 신경 통로에 눌려 디스크 속의 내용물이 흘러나와 염증을 일으키면 신경뿌리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흔히 좌골신경통이라고 한다. 엉덩이나 다리 쪽으로 뻗치는 듯한 통증은 요추 4번이나 5번, 천추 1번 등의 신경뿌리에 이러한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며, 특히 밤에 누웠을 때 아파서 잠을 못자게 되는 등 가장 오랫동안 괴롭고 사라지지 않는 증상이다. 척추의 디스크 여러 개가 차차 파괴되고, 이로 인해 척추에서 퇴행성 변화가 쌓이며 관절과 뼈는 비후되는 등 근본적인 척추 모양새의 변화가 생긴다. 심한 경우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길목이 좁아져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척추 협착증이다. 척추 협착증은 노인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며 오래 걸어 다리가 땅기고 조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전형적인 특징이다.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어 한가지로 이야기 할 수 없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허리자세와 습관’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허리에는 보호 장치가 있어서 약간의 문제가 생겨도 신호를 통해 이를 알려준다.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 그것이 바로 허리 통증인 것이다. 한번 만성 통증이 시작되면 쉽게 없애기는 지극히 어렵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빨간불이 켜지기 전에 미리 허리 문제를 일으키는 잘못된 습관과 자세를 찾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허리에도 적절한 건강검진을 미리 제때에 받을 수 있다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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