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을 포기한 5포세대를 지나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포세대가 회자된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청년 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은 이제 옛말. 청년 실업률이 두 자리 수로 고착되면서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인 결혼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결혼계획이 없거나 포기한 비혼(非婚) 인구가 빠르게 늘고, ‘고비용 저효율’ 결혼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 통계청이 밝힌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혼인 건 수는 2011년 32만9100건에서 지난해 26만9600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비혼과 만혼(晩婚)이 증가한데 따른 결과.

비혼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싱글웨딩’. 여성 비혼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싱글웨딩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뒤 혼자(싱글) 사진을 찍어 남기는 것’을 말한다. 젊고 아름다울 때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으려는 비혼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사업이 번창한다는 소식. 일부 독신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선언한다. 비혼선언을 위한 ‘비혼식’마저 등장했고.

결혼적령기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쪼들리면서 결혼에 따른 통념도 달라진다. 암묵적으로 존재했던 남성과 여성의 ‘준비목록’이 일원화·단순화 되고, ‘남자는 집 여자는 살림살이’라는 고정관념이 흔들린다. 부부가 모든 것을 함께 장만하는 추세로 변하는 것이다. ‘돈은 남편이 벌고, 아내는 살림을 맡는다’는 전통적인 부부관도 바뀌고 있다. ‘실사구시 부부관’이 빠르게 정착되는 셈.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10년을 모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하니 ‘부부관 변화’에 수긍이 간다.

비혼과 이혼에 따른 싱글족이 늘지만 결혼은 누가 뭐래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 부부관이 바뀌는 것처럼 결혼식도 겉치레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변한다. 비용은 줄이면서 원하는 방식대로 반려자를 맞는 것이다. 예식장 대신 추억의 장소에서 식을 올리거나 결혼식을 아예 생략하는 ‘격식 파괴’도 잇따른다. ‘스몰웨딩’으로 불리는 이 같은 결혼식은 배우 원빈·이나영 커플이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현실은? 전국 기준, 아파트 평(3.3㎡)당 분양가 1000만원 시대. 서울은 2000만원을 넘어섰다. ‘돈이 없어 결혼 못하겠다’는 소리가 또 들릴 것 같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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