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희

강원대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최근 여름에 들어서면서 전국적으로 기온이 올라 폭염특보까지 발효되기도 한다. 이런 폭염과 더불어 항상 같이 관심을 갖게 되는 단어가 ‘냉방병’이다. 사실 냉방병은 정식 질병 명칭이 아니다. 이 용어는 여러 시설에 냉방시설이 도입되면서 생긴 것으로 인체가 실내외의 급격한 기온 차에 대해 적응하기 힘들어서 생긴 여러 증상들을 말한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는 이런 냉방병이 아닌 다른 감염증일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냉방병의 가장 흔한 증상은 소위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여름 감기’같은 증상이다. 종종 머리가 아프고 감기가 걸린 것처럼 춥고 무력감에 시달리며, 온 몸이 나른하고 무겁거나 아프기도 한다. 코막힘, 재채기, 콧물 등의 상기도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위장 증상으로는 체한 것처럼 속이 좋지 않고 식욕이 없고, 심하면 설사를 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는 생리가 불순해지거나 생리통이 심해진다. 여성의 경우 노출부위가 더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냉방병에 더 민감하다.

냉방병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나친 냉방으로 인한 심한 실내외 온도차를 들 수 있다. 인체는 계절이 바뀌고 온도가 바뀌면 그 변화에 맞게 적응하게 되는데 이 때 어느 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면서 느끼는 ‘춘곤증’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냉방시설이 도입되면서 실내 온도와 바깥 온도의 차이가 심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한 큰 온도 차이에 노출되면서 인체가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자율신경이 지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위의 여러 냉방병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 다른 한 가지 원인으로는 냉방을 유지하기 위해 환기를 하지 않고 계속 냉방을 하다 보니 실내에 오염물질과 알레르겐의 농도가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지면서 생기는 ‘밀폐건물증후군’을 들 수 있다. 주로 두통을 호소하며 눈, 코, 목 등이 건조해져 따갑고 아프다. 마지막으로는 에어컨의 냉각수가 ‘레지오넬라’균에 오염이 되어서 생기는 ‘레지오넬라증’을 들 수 있는 데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같은 냉각시스템을 쓰는 여러 사람에게서 발생하면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냉각기를 점검하고 필터를 청소해야 한다.

냉방병에 대한 대처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냉방환경 개선이다. 우선 실내외 온도차를 5∼6℃ 이내로 하고 찬바람이 직접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얇은 긴 소매의 옷을 준비해 체온을 조절하도록 한다. 에어컨은 한 시간 간격으로 가동을 하고, 최소한 3∼4시간 마다 환기를 시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실내공기의 질과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자주 외부에 나가 바깥 공기를 쐬도록 한다. 에어컨은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필터는 2주에 한 번씩 청소하도록 한다.

건강 유지를 위한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과로와 수면 부족은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냉방병에 쉽게 걸리게 하거나 기존의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과로하지 않도록 하고 수면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혈액순환을 위해 매일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찬 음식이나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도록 한다. 항산화제가 있는 야채와 과일을 먹고, 물이나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위의 방법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주치의를 방문해 증상에 따른 약물치료를 받도록 한다. 고열, 기침, 근육통이 지속되면 ‘냉방병’이 아닌 다른 질병일 가능성이 있으니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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