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이 부끄러운 꼬리표 하나를 더 달았다. 호가호위(狐假虎威)정권! 이 말을 만든 장본인은 야당도 아니고, 국민도 아니다. 박근혜정권을 탄생시킨 새누리당과 소속 의원들이다. 빌미는 박 대통령이 총애하는 친박 실세들이 제공했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최경환, 윤상현의원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나란히 4.13 총선 당시 공천을 신청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선 후보 사퇴를 종용했다. 이 가운데 현 전 수석과 윤의원의 통화내용이 압권. ‘저하고 약속을 하고 얘기한 건 대통령 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거(현 전 수석)’,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안다(윤 의원)’ 등. A씨의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여론이 들끓자 새누리당이 다급해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지난 총선에 개입했던 사람들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당권 경쟁에 나선 주호영 의원은 “사유가 있다면 수사를 의뢰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고, 정병국의원은 “친박 인사들에 의한 4.13 총선 공천개입의 진실이 드러났다”며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김용태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한 친박 실세들은 국민 앞에 진실을 고백하라”고 다그친다.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다 죽여”라고 했던 윤의원의 독설이 다시 뇌리를 스친다.

권력자의 이름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무리는 어느 정권에나 있었다. ‘막후정치’에 따른 폐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4.13총선 전후로 여권, 정확히 말해 친박 진영에서 일어난 일들은 고개를 젓게 한다. 대통령을 앞세워 모든 것을 밀어붙인 행태가 한심스럽다. 이런 정치에 어찌 ‘민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겠나. 시정잡배만도 못한 패거리정치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여론은 지금 청와대를 주시한다. 정치권도 ‘청와대가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압박한다. 여·야가 따로 없다. 이런 와중에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된 의혹이 연이어 불거진다. 대통령을 앞세워 호가호위하는 이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제기된 의혹을 ‘개인적인 일’, ‘본인이 해명할 일’로 선을 긋는다.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 바 아니라는 듯. 이러니 레임덕 얘기가 나올 수밖에.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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