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이어지는 매서운 폭염. 맨 몸으로 햇볕을 쬐기가 겁난다. 대서(大暑)인 어제(22일)는 낮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오를 정도로 무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대지가 달궈지면서 숨 쉬기조차 버거웠을 정도. 장마에 이어 찾아온 더위라서 그런지 피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올 장마는 헛물을 켜지 않았다. 큰 피해를 내지는 않았지만, 집중호우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남쪽으로 갈수록 폭우의 흔적이 깊다. 중부지방에도 많은 비가 내리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서민들의 일상을 힘겹게 하는 건 또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권력자들의 부패! 권력의 심장부가 요동칠수록 서민들의 삶은 힘겹고 위태롭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거나, 나아갈 방향을 상실하기 십상. 폭우가 쏟아진 뒤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독버섯에 갇히는 것과 같다. 독버섯의 마수에 걸려드는 순간, 목숨을 걱정해야 할 처지. 독버섯의 증상은 설사와 구토, 복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혈관이 터지고 간 등 각종 장기에 이상증세가 나타난다. 환각증상에 따른 발작 등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

독버섯이 맹위를 떨치는 시기는 장마가 끝나는 7월 중하순부터 9월 초순. 산과 들녘에 뭉게구름 일듯 번지는 독버섯은 대략 30여종. 복통과 설사, 장기 파괴 등을 일으키는 광대버섯과 마귀버섯, 먹물버섯 등이 대표적. 중독에 따른 처치를 게을리 하거나 방치할 경우 3~4일 내로 죽음에 이르는 등 치명적이다. 독청버섯과 독청버섯 아재비, 노랑싸리버섯, 절구버섯, 좀 환각버섯, 마귀광대버섯, 좀환각버섯 등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4·13총선을 전후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권력의 정점부터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중심을 잡지 못한다. 대통령의 목소리는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빗나가기 일쑤다. 그토록 원칙을 강조했건만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에 이르러서는 그마저도 쏙 들어갔다.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은 중도 하차한 전임자들의 그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인사검증 실패에 아들 병역특혜, 토지 매매 편법 의혹까지. 독버섯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종하지 않는 것’이라 했거늘….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힘겹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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