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차량 사고로 동생 잃은 형
춘천 환경미화원 김모씨 형제
근무중 사고 벌써 9개월 흘러
“가해자 두달만에 석방 서글퍼”

▲ 지난해 11월 사고 현장 모습.

“매일 사고현장에서 숨진 동생을 만납니다.” 생활쓰레기 수거·운반 위탁 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인 김모(56)씨는 지난해 11월 9일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동생(49)을 잃었다.당시 김씨는 동생과 함께 2인1조로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교통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동생은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불의의 사고로 동생을 잃은 김씨는 충격과 자책감에 시달려야 했다.숨진 동생에게 환경미화원의 길을 안내한 자신이 죄스러웠기 때문이다.

맏형인 김씨는 지난 1994년부터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했고 막내동생은 2007년,정육점 일을 하던 둘째 동생은 2011년에 모두 같은 환경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했다.사고가 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김씨는 여전히 사고 현장을 벗어나지 못한 채 매일같이 동생과 일하던 추억에 잠긴다. 사고 후에도 근무 구역이 바뀌지 않은 김씨가 더 서글픈 것은 매일 사고지점에서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떠올려야 하지만 가해자는 2개월여만에 석방됐기 때문이다.

이들 삼형제에게 끔찍한 사고가 난 것은 지난해 11월 9일 오전 2시50분쯤. 춘천시 효자동 강원대 정문 인근 도로에서였다.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 0.157%의 만취 운전자 A씨가 몰던 승용차가 폐기물수거 운반트럭 후미를 들이받았다.이 사고로 그 앞에 세워져있던 또 다른 청소트럭 사이에서 쓰레기 수거작업을 벌이던 환경미화원 삼형제 중 둘째 동생이 폐기물수거 운반트럭의 충격을 받아 숨지고 맏형인 김씨가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막내 동생은 사고 당시 인근 다른 지역에서 음식물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어 화를 면했다.음주 사고 후 9개월이 지났지만 보상금은 가해자와의 합의금이 고작이다.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 보험사와 산업재해 피해 보상을 논의 중이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더디기만 하다.

김씨는 “불의의 사고로 동생은 목숨을 잃었는데 가해자는 합의 등의 이유로 구금 2개월여 만에 석방돼 서글프기만 하다”며 “피해자는 물론 가족까지 고통스럽게 만드는 음주운전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지난 2014년 911건에서 지난해 961건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7월말 현재 380건이 발생했다.최근 3년간(2014∼2016년 7월말) 68명이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며 4122명이 부상당했다. 최경식·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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