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에 얽힌 뒷얘기가 가슴을 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안타까움. 목숨과 직결됐을 땐 더욱 그렇다. 최근 국내외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면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정확히 표현하면 ‘면허 관리’다. 관리당국의 ‘면허증 관리가 좀 더 꼼꼼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다. 물론, 당사자의 법 준수의식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사고 뒤에 도사린 안전 불감증은 말할 것도 없고.

부산 해운대와 미국 텍사스에서 지난달 일어난 대형 참사는 공통점이 있다. 졸음운전으로 아까운 인명을 앗아간 영동고속도로 터널사고도 마찬가지. 지난 달 31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문화회관 교차로에서 발생한 7중 추돌사고의 가해 운전자는 뇌전증(간질)환자였다. 정신기능이나 의식상태, 감각, 운동기능에 돌발적인 장애가 발생하는 뇌전증 질환은 운전면허시험의 주요 결격 사유. 그런데도 이 환자는 지난 7월 면허증을 재발급 받았다. 허술한 제도와 운전자의 안일함이 참극을 빚은 셈.

미국 텍사스 주 록하트에서 고압선과 충돌해 16명의 사망자를 낸 열기구 추락사고도 조종사의 ‘음주운전 경력’과 연계된다. 열기구 조종을 맡은 조종사가 과거 음주 운전으로 4차례에 걸쳐 유죄 평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것. 이 조종사는 음주 운전으로 1990년부터 8년 간격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으며, 마약에도 손을 댔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달 17일 영동고속도로에서 4명의 인명피해를 낸 버스운전자도 ‘음주운전 삼진아웃’에 걸린 전력이 드러났다. 한국과 미국에 일어난 사건 모두 중증질환 및 음주운전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

자동차와 항공기, 선박 등은 순식간에 흉기로 둔갑하거나 그 자체가 ‘죽음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런데도 운전자와 조종사, 항해사에 대한 병력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심하게 표현하면 ‘살인면허’가 아무런 제재 없이 발급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해운대 사고운전자의 진술이 기가 막힌 이유다. 정신질환 또는 알코올·마약 중독자, 치매 환자들에 대한 운전면허증 발급 문제를 다시 생각할 때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증가율도 냉정히 분석해야 한다. 누군가의 지갑 속에 ‘살인면허’가 숨겨져 있다면? 한낮 무더위가 싹 가신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