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여름엔 뭐니뭐니 해도 냉면

▲ 춘천 평양냉면

▶ 춘천 평양냉면

단골만 아는 ‘밥말이 냉면’
한우로 우린 육수가 묵직


▶ 속초 함흥냉면옥

고구마 전분 면 직접 뽑아
입안 가득한 매운맛 일품


▶ 양양 단양면옥

고명 재료로 가자미만 고집
가마지회 곁들인 수육 별미



솥뚜껑이 열리더니 구름같이 하얀 김이 주방을 채운다. 소고기 육수 향은 김을 따라 흩어지고,기계는 늘씬한 면을 쉴새 없이 뽑아낸다. 손님들은 면발 모양으로 줄 지어 서서 순서를 기다린다. 한여름,이름 난 냉면집의 흔한 풍경은 매일매일 이어진다. 차가운 육수와 쫄깃한 면의 유혹이 그렇게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여름철 냉면의 인기는 맛 때문만은 아니다. 냉면 한 그릇은 지친 서민들에게 시원한 위로이고,또 그 누구에게는 고향 생각에 마음이 뜨거워지는 향수이기도 하다.

냉면계의 양대 산맥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다. 평양냉면은 서북지방에서 자라는 긴 무로 담근 동치미 국물에 메밀 순면을 적셔 먹는 겨울 음식이었다. 하지만 찰기가 부족하기에 고구마 전분 등을 섞기도 한다. 원래 여름에는 쇠고기 육수를,겨울에는 동치미 국물을 넣었지만 1960년대를 지나며 육수로 통일됐다.

함흥냉면은 흔히 생각하는 ‘비빔냉면’의 원조다. 그러나 함흥에는 없는 것이 바로 ‘함흥 냉면’이다. 함경도 지방은 지형이 험준해 냉면의 주원료인 메밀을 재배할 수 없었고,대신 비교적 흔했던 감자전분을 무쇠 제면기로 뽑아낸 농마(녹말의 북한말) 국수가 유행했다. 6·25전쟁 직후 실향민들이 속초에 농마국수 집을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을 달고 문을 열면서 퍼져나갔다. 강원도에도 손에 꼽히는 냉면집이 여럿 있다. 미식가들이 인정한 춘천,속초,양양 대표 냉면을 소개한다.

 

▲ 심심한듯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이 특징인 춘천 평양냉면. 큼지막한 수육이 고명으로 얹혀 나온다.

>>> 춘천 평양냉면

평안남도 출신의 현승종 전 국무총리에게 함흥냉면은 ‘소울 푸드(Soul Food)’다. 한림대 총장을 지내고 지난 2005년 한림대 석좌교수 퇴임 전 가진 인터뷰에서는 “퇴임식 날에는 평양냉면을 먹으러 갈 생각”이라고 할 정도로 애정이 남다르다. 춘천에서 처음 평양냉면을 맛보고 고향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 전 총리가 아낀 ‘평양냉면’은 춘천 평양냉면의 맏형격인 집이다. 1946년 1대 창업주인 유진실 할머니가 평안남도 맹산에서 영업을 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6·25전쟁때 춘천으로 피난 와 도청 근처에서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60년을 훌쩍 넘겨 3대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심심한듯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연한 갈색 면과 뿌연 육수가 단순하면서도 묵직하다. 육수에는 한우만 쓴다. 부챗살과 양지를 푹 끓여 낸 육수에 동치미를 섞어 낸다. 큼지막한 수육이 고명으로 얹어 나온다. 오이채를 아삭아삭 씹을 때마다 청량감이 느껴진다.

메뉴에는 없지만 지역민들만 아는 별미가 바로 ‘밥말이 냉면’이다. 평양냉면에 밥 한 덩이가 함께 말아져서 나오는데,차갑고 새콤한 육수에 말아 먹는 밥맛이 색다르다.

 

▲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함흥냉면집으로 지난 1951년 개업해 65년째 영업 중인 속초 함흥냉면옥은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 속초 함흥냉면옥

함흥냉면 맛집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속초 함흥냉면옥(대표 이문규)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함흥냉면집으로 지난 1951년 개업해 65년째 영업 중이다.

고구마 전분을 이용해 직접 뽑은 면에 매콤한 양념장을 넣은 함흥냉면이 주력 메뉴며 특히 냉면 고명으로 명태회를 처음으로 올린 곳이다. 창업자는 이 씨의 부친으로 한국 전쟁 당시 1·4후퇴로 부산까지 피난 갔다가 여느 실향민과 마찬가지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속초에 머물다 생계수단으로 냉면가게를 열게 됐다. 함흥냉면옥의 특징은 명태회를 고명으로 올린다는 것. 가게 문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고향의 전통 방식을 유지해 홍어회 고명을 사용했지만 어획량 감소로 당시 속초지역에서 많이 잡히던 명태로 고명을 바꿨다. 식초에 삭힌 명태회를 가늘지만 질긴 면발에 휘휘 감아 입안으로 쭉쭉 끌어올렸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기분좋은 매운 맛이 일품이다.

 

▲ 미식가들이 엄지손가락으로 꼽는 명소인 양양 단양면옥 냉면. 예나 지금이나 냉면 위에 얹는 고명 재료로 가자미만을 고집하고 있다.

>>> 양양 단양면옥

올 여름에도 변함없이 강원도는 또다시 피서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동해바다와 설악산,계곡이 좋기로 소문한 양양에는 뛰어난 경치만큼이나 유명한 맛집이 많지만 이 가운데 ‘단양면옥’은 많은 미식가가 엄지손가락으로 꼽는 명소이다. 소문난 맛집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다.양양읍내에 위치한 단양면옥은 역사가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긴 세월만큼 그 맛도 깊다.

양양 단양면옥은 현재의 고광휘(63)·장성금(57) 대표의 할머니로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많은 냉면집이 냉면 위에 얹는 고명 재료로 명태를 쓰지만 단양면옥은 예나 지금이나 가자미만을 고집한다. 재료부터 반죽까지 모두 최고의 재료만을 엄선해 쫄깃한 면발과 담백한 육수도 최고지만 특히 가자미회와 곁들여 먹는 수육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별미이다.

▲ 양양 단양면옥 수육

장성금 대표는 “식당을 가업으로 이어오면서 양양을 방문할때마다 찾는 단골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며 “손님들이 몇년만에 찾아오더라도 한결같은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위해 모든 종업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훈·안영옥·박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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