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열

영동본사 취재국장

어느날,경포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을 발견했다. 호수 남측,야트막한 산 비탈을 따라 웅장한 건축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2018년 동계올림픽’ 빙상경기 주무대인 강릉 ‘올림픽 파크’에 들어서는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쇼트트랙 등의 경기장들이다. 550여일 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가 펼쳐질 빙상경기장들이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웅자를 드러내면서 경포호 외곽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그래놓고 주변으로 한바퀴 눈을 휙 돌려봤더니 경포호 남측이 딴세상 처럼 다가선다. ‘저탄소 녹색시범도시’ 강릉의 랜드마크형 상징 건물로 화석연료 제로화 시스템을 갖춘 ‘녹색도시체험센터(e-Zen)’를 비롯 ‘경포 아쿠아리움’과 ‘2018 동계올림픽 홍보체험관’ 등의 시설이 어느새 경포호 남측 한편에 ‘관광·체험군(群)’을 형성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내가 점심시간에 경포로 이동한 길도 저쪽 남측 진입로였다. 초당과 강문,경포 등의 바닷가 관광지 접근 편의를 위해 수년 전에 새롭게 개설된 남측 진입도로는 ‘난설헌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경포호 남측 초당동 솔밭에 자리잡고 있는 허난설헌·허균 생가와 연결되는 도로라는 점을 감안한 이름이다. 그 도로가 개설됨으로 인해 경포호 남측은 비로소 경포권 관광통로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새롭게 부여받게 됐다.

그리고 지금 난설헌로가 지나가는 경포호 남측은 10년 전과 비교해도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만한 변화상을 속도전을 벌이듯 빠르게 연출해내고 있다.

난설헌로 주변의 변화는 경포호 관광 동선이 다변화되고,그동안 잠자던 공간이었던 경포호 남측이 관광의 한축으로 등장하는 신호탄 이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다들 드나드는 그대로 경포 관광의 축은 예로부터 북측 동선으로 통했다. 오죽헌∼선교장∼경포대∼경포호로 연결되는 북측 동선에는 참소리축음기박물관 까지 이름만 대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역사·문화,관광 명소들이 즐비하다. 수많은 누정과 옛 건물에 얽힌 무수한 스토리까지 더해지면,가히 인문+자연 여행의 완결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북측의 동선은 엄밀히 말해 강릉의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유산이다. 모자(母子)가 화폐 인물이 된 신사임당과 율곡에서부터 조선 사대부가의 전형으로 우뚝 선 선교장, ‘강릉산수가 천하의 으뜸(江陵山水甲天下)’이라고 일깨워주는 경포대 등등에 이르기까지 경포호 북측이 존재함으로 인해 강릉은 ‘전통문화도시’에 방점을 찍는다.

그럼 호수 남측은 어떠한가. 우리가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현대적 공간이다. 경포 라는 이름의 유명세에 무임승차하듯 업혀가지 않고,경포가 더 큰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가 디자인하고 가꿔야 한다. 경포 습지에 50년 만에 되살아난 ‘가시연’이 꽃을 피우는 호시절,호수 북측 선조들의 유산에 기대 서서 남측의 미래상을 그려보니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어깨가 으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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