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한다. 외로움과 고독을 호소하는 우울증 환자도 늘고 있다. 혼밥, 혼술 등 ‘1인’을 지칭하는 언어가 말해주듯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시대다. ‘더불어 함께’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미 대한민국의 1인 가구(2015년 기준) 비율은 27.1%(488만4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4분의1을 넘어섰다. 고령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혼자만의 ‘자유’를 즐기려는 세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혼자 산다는 것은 말 그대로 먹고, 마시고, 말하고, 느끼고, 노는 모든 행위를 혼자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와 ‘고독’이 공존하는 삶!

갖가지 구속에서 벗어난 자연에서서의 삶은 즐겁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른 봄부터 시작되는 땅과 식물의 어우러짐. 그 사이에서 이뤄지는 노동은 건강하다. 자연과 사람 사이에 여유가 흐른다. 자연과의 교감은 노동과 생산 활동을 넘어 치유단계로 이어진다. 식물과의 대화가 일상화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몸이 자연에 귀의하는 순간, 자연을 닮아간다. 식물 치유, 원예 치료가 낯설지 않다. 식물이 아내이자 남편, 친구가 되는 셈.

도시인들이 텃밭을 일구거나 건물에서 직접 채소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씨앗과 텃밭 상자, 농기구 등 텃밭 가꾸기 상품이 큰 호응을 얻는다. 발 빠른 상인들은 씨앗과 흙, 퇴비, 화분 등으로 구성된 텃밭세트를 선보였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연공간’이다. 1인 세대에게는 치유 공간이자 외로움을 달래주는 ‘반려자’ 역할을 하고.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반려식물이 ‘살아 있음’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1인 가구 증가는 자연과 식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식물이 ‘반려자’로 격상되면서 우울증과 고독, 외로움을 치유하는 치료사 역할을 자임한다. 육체와 정신 건강의 지킴이다. 7~8월 한창 피어나는 원추리 꽃처럼 ‘근심을 잊게 하는’는 망우초(忘憂草)로 자리한다. 식물이 갖는 성분을 찬찬이 따져보면 우리에게 이로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로 원추리 꽃에는 항우울증 치료제 성분이 있고, 나물로 먹는 쥐오줌풀은 히스테리 치료제로 쓰인다. 1인 가구가 늘어날수록 귀한 대접을 받을 식물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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