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접어든 사내 이야기
삶에서 비롯된 감정 표현
너무 멀리 왔다
김남극

 

세상의 질서에 맞서는 불화의 시학도,그렇다고 사유의 시학도 아니다. 김남극 시인의 두번째 시집 ‘너무 멀리 왔다’는 제목과 달리 우리의 삶에,일상에 가장 밀착된 ‘가까이 와 있는’ 언어로 가득하다.

김 시인은 시를 통해 주변적 삶에서 비롯된 감정과 자신의 일상을 반추한다. ‘중심’에서 비켜선 채 살아가는 존재,중년에 접어든 한 사내가 세월의 흐름 앞에서 느끼게 되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무릎이 시리다/무릎이란 말이 야해서 피하다 보니/마음이 시린 때가 왔다//무릎 무릎 혼자 발음하는 동안/무릎을 가끔 꿇기도 했다/밥벌이는 치욕이란 걸 안 다음부터/무릎을 곧게 편 적이 있었나/기억나지 않는다//내게 무릎을 바친 산과/내 무릎을 받은 산이/저기에 취기처럼 서 있다’(시 ‘무릎’ 중) 김 시인은 2008년 펴낸 첫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를 통해 ‘오지(奧地)의 시학’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만큼 우리가 지나쳐버린,혹은 잊고 있었던 하나의 세계를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김 시인은 “가진 게 없이 살다 보니 몸은 부지런한데 글은 게을러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근심을 많이 샀다”며 “그분들의 근심이 이 시집의 근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군 봉평 태생인 저자는 2003년 계간 ‘유심’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28쪽 8000원 실천문학사. 안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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