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야 물렀거라, 매운맛 나가신다]

 

10여 년 전 춘천에서 서울로 직장을 옮긴 조진모(48) 씨는 가끔 춘천으로 차를 몰고 와 홀로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간다.‘매운 맛’ 때문이다.춘천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즐겨 먹었던 ‘이상하게 매운’ 짜장면은,묘한 중독성 때문에 그의 발길을 이곳으로 향하게 한다.조 씨 뿐 아니다.그가 식당에 들어갈 때면,안면이 있는 매운맛 중독자들과 약속도 없이 만나곤 한다. 매운 음식은 더위에 쫓겨 입맛이 떨어지는 한여름,더욱 사랑받는다.화끈한 매운맛,얼큰한 매운맛,시원한 매운맛,톡 쏘는 매운맛….종류는 다르지만 매운 음식은 여름철 잃어버린 식욕을 찾아준다.도내 곳곳에는 매운맛으로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메뉴들이 즐비하다.이들 메뉴를 만드는 음식점들은 ‘매운’ 뿐만 아니라 ‘맛’을 자랑하며 중독자들을 부르고 있다.

 

한번 맛 보면 중독되는 ‘매짜’- 춘천 명동 대화관

직장인 단골 메뉴 군만두는 서비스
 

▲ 춘천 대화관 사천짜장

조 씨가 단골인 그 중국 음식점이다.‘사천짜장’ 또는 ‘매운짜장’으로 불리는 이 음식의 매운 맛은 ‘초 강력 울트라’(?) 급이다.

처음 이 짜장면을 먹어본 사람들은 “이건 음식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한다.하지만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무심하게 한 두 젓가락 먹다 보면 무언가 ‘센 것’이 슬금슬금 머리 끝으로 올라온다.입안이 얼얼하고 금새 땀방울이 맺힌다. 춘천 요선동에 있는 대화관 본점에서 분리돼 1998년 명동 닭갈비골목 입구에 자리 잡은 이 음식점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이 단골이다.매운맛의 농도를 0%~100%로 나누어 주문할 수 있게 한 것은 사장님의 배려다.무모하게 100%를 시켰다가 ‘까닭 모를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마니아들은 남은 짜장에 밥을 비벼 먹는다.식당은 올해부터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만 문을 연다.짜장면은 ‘양 적게,보통,양 많이,중곱빼기,곱빼기,왕곱빼기’ 중 선택할 수 있고 군만두는 서비스로 나온다.짬뽕을 메뉴에 추가했고,탕수육도 주문할 수 있다.여성 중독자들이 부쩍 늘어난 ‘매운짜장’은 ‘레드파스타’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응급실에 실려가는 강력한 맛 - 강릉 만춘루 짬뽕

3단계 매운맛 ‘사짬’ 단계 인기
 

▲ 강릉 만춘루 짬뽕

“만춘루에서 매운 짬뽕을 먹으면 응급실에 실려갈 수도 있다.”

강릉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다.만춘루는 사실 매운 맛 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짬뽕으로 정평이 나있다.돼지고기 육수를 쓰는 다른 짬뽕들과 달리 해물을 주재료로 한 육수를 쓰는 데다 고추기름이 아닌 고춧가루만으로 매운맛을 조절하기 때문이다.면도 손반죽을 해 뽑아내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손님 중 90%가 담백한 보통 짬뽕을 찾고 ‘해장 손님’과 일부 단골 손님들만 매운 짬뽕을 먹는다.만춘루가 매운 짬뽕으로 유명해진 건 이 해장 손님들 덕분이다.보통 짬뽕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해장 손님들이 “더 맵게 만들어 달라”고 하자 속에 천불이 날 정도의 짬뽕을 만들어 내 간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진 것.

만춘루 짬뽕의 매운 맛은 오리지널,중간맛,아주 매운맛 3단계로 나뉘어 있다.해장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중간맛은 ‘사짬(사장님이 드시는 짬뽕)’으로 불린다. 장기준 만춘루 사장은 “‘아주 매운 짬뽕’에 도전했다가 실제로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위염으로 고생했던 손님들이 있어 매운 짬뽕을 먹고 싶다는 손님들에겐 ‘중간 맛 짬뽕’을 권한다”며 “매운 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식탁에 있는 고춧가루로 맛을 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보양식으로 제격 ‘추·칼·만’- 홍천 웰빙추어칼국수

갈아 만든 미꾸라지+된장 양념 일품
 

▲ 홍천 웰빙추어칼국수

‘추·칼·만을 아시나요.’

홍천에 추어탕 국물에 칼국수와 만두를 넣어 만든 보양식이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홍천여고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웰빙칼국수(대표 오길순)가 바로 그 곳. 이 음식점의 메뉴는 단촐하다.추어칼국수,추어칼만두,해물칼국수,해물칼만두,여름철 메뉴인 콩국수,겨울철 단골메뉴인 만두국이 전부다.가격도 저렴한 편이다.메뉴를 특화시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 이 집 사장의 노하우다. 대표 메뉴는 추어칼만두다.일명 ‘추·칼·만’이다.일반적으로 먹는 추어탕을 생각하면 오산이다.미꾸라지를 갈아서 집에서 담근 된장과 칼칼한 양념에 칼국수와 만두를 넣어 푹 끓여 나온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반찬은 백김치와 깍두기가 전부다.주방에서 한번 익혀서 나오기 때문에 만두 먼저 건져서 먹고 칼국수와 국물을 먹고,맨 마지막에 공기밥을 시켜 추어국물에 말아 먹으면 기분좋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먹으면서도 연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수영·유주현·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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