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 등 선인들 발자취 조명
“인문학 자산 조화이루는 명산”

▲ 설악인문기행
권혁진

권혁진(사진) 강원한문고전연구소장이 펴낸 ‘설악인문기행’은 설악산에 배어있는 문자의 향기를 추적하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이 지은 ‘누실명(陋室銘)’의 한 구절인 ‘산부재고 유선즉명(山不在高 有仙則名)을 인용해 설악산을 설명한다.아무리 높고 웅장한 산이라도 신선이 없으면 여느 산과 별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설악산이 전국에 널리 알려진 이유는 경치가 뛰어나서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인물이 거처하였기 때문이라는 것.

 

권 소장은 조선후기 성리학자인 김수증의 ‘한계산기(寒溪山記)’를 읽다가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그리고 길 위에서 매월당 김시습,삼연 김창흡,만해 한용운의 흔적을 만난다.저자는 “선인들을 만나자 곳곳에서 한시가 반겼다”며 “못은 그냥 이름 없는 못이 아니었고,바위도 마찬가지였다.설악산은 전혀 다른 산으로 다가왔다.기묘한 아름다운,혹은 장엄한 아름다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책은 7부에 걸쳐 백담계곡길과 수렴동,구곡담계곡,봉정암,오세암,대청봉에 서려있는 문향을 담아냈다.

절의를 지킨 인물로 존경받았던 김시습이 설악산 오세암과 법수치리에 은거하면서 후대 사람들은 설악산에서 그의 자취를 찾았다.벼슬을 거부하고 설악산에 은거한 김창흡을 추종한 후학들의 발길도 설악산으로 이어지면서 설악산은 전국적으로 더 알려지게 됐다.김창흡이 거처했던 벽운정사와 영시암은 설악산을 찾는 사람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다.만해 한용운이 출가한 곳은 설악산의 백담사였다.선인들은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자산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명산이 된다는 것을 설악산을 통해 보여줬다.

저자는 “설악산을 유람한 옛사람들은 설악산을 네 개의 키워드인 은(隱)·성(聖)·기(奇)·영(靈)으로 그려냈으며 이러한 특성을 지닌 곳을 찾기 위해 몇 해 동안 선인들의 글을 따라 걸었다”며 “설악산은 선인들이 아로새긴 문자의 향기를 여기저기에 머금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학박사인 권 소장은 강원도 문화와 우리나라의 산에 대해 관심을 두고 고전을 바탕으로 한 다수의 글을 써왔다.저서로 ‘조선 선비,설악에 들다’,‘춘주열전 1’,‘춘천의 문자향’,‘화천인문기행’,‘옛 글 속에서 인제를 만나다’,‘금석문을 찾아 떠나는 인제여행’,‘곡운과 다산‘ 등이 있다. 272쪽 1만8000원 도서출판 산책. 안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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