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위원장 임명부터 안팎으로 기싸움

▲ 유치위원장을 둘러싼 강원도와 정부의 갈등은 한승수 전 총리를 임명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사진은 지난 2005년 3월 31일 서울 올림픽파트텔에서 열린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창립총회 축하리셉션 모습. 본사DB


이광재-김진선 전 지사 이견 속
도 vs 정부 주도권 싸움 장기화
한승수 전 총리 임명 일단락
정부, 사무총장 인선 주도 불구
1년 후 김 전 지사 측근으로 교체

 

▲ 김진선 전 지사(왼쪽)와 한승수 유치위원장

2010동계올림픽 유치실패 이후 실패책임론으로 들끓었던 여론은 2014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역을 놓고 다시 한 번 충돌했다.평창과 무주의 갈등은 결국 국제스키연맹이 평창 손을 들어주면서 모두 마무리됐다.강원도는 유치위원회 구성을 포함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섰다.2010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활동했던 인적 자원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국제사회의 네트워크도 살아있었다.한 번 치러본터라 경험도 풍부했다.더욱이 첫 도전에 3표 차이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2014동계올림픽 도전에 나선 강원도의 앞길이 강원도의 기대처럼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다.당장 유치위원장 선정부터 난관에 부딪혔다.당시 김진선 지사는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을 유치위원장으로 내심 낙점한 상태였다.박 전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냈고 2010당시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과 고문을 맡아 활동했다.김 지사가 남북강원도 교류협력 당시 박 전장관이 통일부장관으로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경험도 있었다.김 지사 입장에서는 협력파트너로는 제격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제동을 걸었다.정확하게는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이광재 전 지사의 생각이 달랐다.열린우리당 소속으로 태백-영월-평창-정선이 지역구였던 이 전 지사는 한나라당 소속인 김 전지사의 일방적인 독주가 탐탁치 않았다.동계올림픽이 개최지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유치활동의 전반적인 책임은 정부 몫이라는 것이 이 전 지사의 생각이었다.이 전 지사는 2005년2월15일 도출신 국회의원간담회에 참석했다.자연스럽게 유치위원장이 논의됐다.이 전 지사는 당시 박재규 전 장관을 거론한 뒤 “이홍구 전 총리가 나은 것 같다”며 위원장에 이 전 총리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정부 내부에서도 이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이 전 총리는 총리와 주미대사를 지내 국내·외 지인이 많다는 강점이 있었다.

이 전 총리와 함께 거론된 후보가 한승수 전 총리였다.한 전 총리는 춘천 출신에 외교부와 상공부장관,UN총회의장을 지내며 국내외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이 전 총리와도 가까운 사이였다.정부 주변에서 이 전 총리와 한 전 총리의 이름이 거론되자 김 전 지사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김 전지사는 이 전 지사가 이홍구 카드를 꺼내들자 “그렇게는 안될 것”이라며 “우리 의지대로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이어 “이홍구 전 총리는 특정 언론사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고 도출신인 한승수 전 의원의 경우 유치위가 강원도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부담이 있다”며 “모두 휼륭한 분인 만큼 유치위 고문 등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에둘러 표현했지만 두 사람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강원도와 정부는 유치위원장을 놓고 서로 감정을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불쾌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문광부 고위관계자는 “유치위원장은 정부와 도가 가지고 있는 인재풀을 놓고 협의해야 한다”고 강원도를 압박했다.사실 유치위의 주도권을 놓고 빚어진 양측의 갈등은 유치가 실패할 때까지 계속됐다.논란이 길어지자 결국 한승수 카드로 정리하는 선에서 모두 마무리됐다.한 전 총리의 경우 강원도 출신이라는 점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등을 감안,강원도가 딱히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김 전 지사는 한승수 위원장과 호흡을 숙제로 하며 유치위원회를 꾸릴 수 밖에 없었다.창립총회는 2005년3월31일 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됐다.이해찬 국무총리는 격려사에서 “평소 존경하는 한승수 위원장을 비롯한 유치위원회 위원여러분들께서는 나라의 큰 일을 맡으셨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유치위는 주 요르단 대사를 역임한 이경우 미얀마 대사를 사무총장,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을 국제사무총장에 임명했다.사무차장은 도출신으로 앉혔지만 결국 위원장에 이어 사무총장까지 정부가 원하는 대로 꾸려졌다.

그러나 한승수-이경우 체제는 오래가지 않았다.이 총장은 총장 취임 1년여만에 부위원장으로 물러났다.표면적으로는 개인사정을 내세웠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총장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과 김 전 지사측의 견제가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이 총장과 함께 실무를 책임졌던 문부춘 사무차장도 강원도로 복귀시켰다.김 전지사는 후임 사무총장에 김 전지사의 복심이나 다름없는 방재흥 전 도국제스포츠위원회 사무총장을 앉혔다.방 총장은 2010동계올림픽유치 당시부터 김 전지사를 도와 유치활동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었다.유치위는 다시 김 전지사의 손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송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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