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준

속초의료원장

강원대 의학전문 대학원 교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지방의료원의 총무과는 다가올 가을의 강원도의 행정감사 준비에 부산해진다.지방의료원 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필자도 지난 일 년 중 제일 힘들었던 일이 바로 이 도 행정감사였다. 그곳에서 지적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경상수지 개선’과 ‘공공의료의 실행’이다.경상수지 개선이란 많이 벌어들이고 적게 지출하느냐의 문제인데,지방의료원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직원들의 임금 체불로 이어진다. 스스로 벌지 못하면 월급이 나오지 않으니 의료원들의 입장에서도 기를 쓰고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강원도내의 5개 의료원은 지난 2년여에 걸쳐 뚜렷한 경상수지의 호전을 보이고 있다.2016년 복지부의 자료에서를 보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5개의 의료원만이 흑자를 냈는데 그중에 3곳이 강원도 내 의료원이었다.대단한 결과를 냈다고 평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방의료원은 경상수지를 맞추기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공공의료를 실행하기 위해 존재한다.공공의료의 역할에 대해서 실제현장에서 공공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필자가 느끼는 중요한 것을 얘기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공공의료가 담당하는 역할은 기존 의료전달체계를 통해서 충분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물론 이것만으로 진료비를 100% 보장하지 못한다.따라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의 경우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가 없어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이런 경우 국가가 나서서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고,이것을 담당하는 것이 공공의료라 할 수 있다.

둘째로,공공의료기관은 국가의 기간망 중에 하나로 의료정책을 수행하는 네트워크를 이룬다.전산망,전화망 등을 국가가 운영하여 정보교환을 담당하듯이,의료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기본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생각해 보자.강원도에서 메르스 환자를 직접 전담한 병원은 국립대병원인 강원대학교병원과 강릉의료원,그리고 시군 보건소였다. 필자도 당시 메르스 환자를 직접 진료했던 사람으로서,많은 의료기관들이 메르스 진료를 껄끄러워하는 상황을 겪으며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그래도 먼저 움직이고 정부의 여러 대책을 실현한 곳은 결국 공공의료기관이었다.공공의료기관은 국가 재난 시 그런 국가기간망의 역할을 한다.

셋째는 적정진료의 실현장이 바로 공공의료기관이다.적정진료라는 것은 소위 ‘과잉진료’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서,꼭 필요한 검사와 시설,장비를 사용해서 최선의 치료를 한다는 의미이고 이를 먼저 시행하는 곳이 바로 공공의료기관이 된다는 뜻이다.

공공의료기관의 경상수지 적자는 공공의료의 적절한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다.그것은 마치 공공도서관,공설운동장 등의 운영이 적자이지만 국가나 지자체가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운영하는 것과 같다.올해의 도 행정감사장에서도 착한 적자에 대한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또한 이제라도 공공의료의 적절한 수행을 위해 정부 및 지자체가 주관이 되어 과감한 투자를 위한 논의도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평창올림픽이 개최되는 강원도에서 먼저 그런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