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혼자 밥을 먹는다. 밥맛이 좋을 리 없다. 즐거운 식사와는 거리가 멀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이다. 상차림도 간단한다. 김치와 마른 반찬 몇 가지. 인스턴트 식품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흔하다. 식탁이 거추장스러울 땐 부엌에 선채로 ‘꾸역 꾸역 먹-는-다’. 자유롭다고? 글쎄…. 혼자 먹는 것이 싫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먹는 지인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 따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더 쓸쓸할 것 같아서.

온 식구가 한 자리에서 밥을 먹기가 쉽지 않다. 통계청이 어제(7일)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 전수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총 가구 수는 2010년보다 160만가구가 늘어난 1956만 가구였다. 놀랍게도 1인가구가 2인가구 499만(26.1%)를 넘어선 520만가구(27.2%)로 집계됐다. 3인가구 410만(21.5%)와 4인가구 359만(18.8%)가 뒤를 이었다. 시도별로 강원도가 31.2%로 1위. 1인가구가 늘어난 이유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대학생의 타지 유학 등이 꼽힌다. 그러나 강원도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1인 노인가구’ 영향이 커 씁쓸하다.

1인가구 증가와 출생률 감소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4명으로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을 밑돌았다. OECD 국가 평균(1.68명)에도 뒤진다. 이런 추세라면 합계출산율이 ‘1’을 지나 ‘0’의 숫자로 진입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일자리가 없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줄지 않는 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기 힘들 것이다. 10%를 훌쩍 넘어선 청년(15~29세) 실업률이 ‘1인가구’ 증가를 부채질 한다. 출산율 ‘2시대’를 앞당기려면 1인가구부터 줄여야 하건만.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는 ‘혼밥’, ‘혼술’은 낯설지 않다. 식당과 술집에서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이들을 위한 전문 매장까지 생겼다. ‘1인가구’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도 쏟아진다. 이런 세태를 ‘자유’와 연관 짓기가 머쓱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느낌이다. 곧 있으면 추석. 이날 만큼은 ‘혼밥’, ‘혼술’ 없는 세상이었으면….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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