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 지략과 뻔뻔함, 두둑한 배짱을 지닌 ‘봉이 김선달’은 19세기소설에 등장하는 가공인물로 대동강 물과 쉰 팥죽을 팔아먹은 희대의 사기꾼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임수로 권세가와 악덕 상인, 위선적인 종교인들을 골탕 먹이는 이야기가 압권. 이런 이유로 영화와 연극, 코미디, 뮤지컬의 단골 인물로 등장한다. 올 여름,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이란 이름으로 개봉돼 20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사기꾼 이야기’의 매력!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잇따라 ‘추석 명절 사기 주의보’를 발령했다. 보이스 피싱과 스미싱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 명절 심리를 이용한 ‘대출사기형 보이스 피싱’이 우려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추석맞이 특별 저금리 대출’, ‘신용등급이 낮아도 급전대출 가능’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전화를 건 이들에게 보증료와 공증료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다. 금감원이 ‘대출수수료 및 신용등급 상향비 입금, 고금리대출 받으면 저금리대출로 바꿔준다는 전화는 사기이니, 보이스피싱에 주의하세요!’라는 대국민 사기 주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정도다.

‘택배’를 빙자한 사기행각도 극성이다. 배송문자와 함께 악성코드로 연결되는 인터넷 주소를 보내는 스미싱이 대표적. ‘추석 선물 도착. 전 상품 무료 배송! 할인쿠폰!’, ‘선물세트 배송 관련해 방문예정이오니 수령 가능한 시간대 남겨주세요’라는 문자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택배 배송 조회, 추석 선물 확인, 추석 이벤트 교환권 등으로 포장된 문자와 인터넷 주소(URL)가 첨부 됐다면 ‘삭제’를 염두에 둬야 한다. 상대방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보이스 피싱은 현혹되기 쉽다. 난데없이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하면 100% 사기로 보면 된다.

19세기에 등장한 ‘봉이 김선달’과 첨단 장비로 무장한 현대판 ‘피싱 사기범’은 질적으로 다르다. 수법도 교묘하고, 실체를 밝히기도 어렵다. 변화무쌍 그 자체! 곳곳에서 사기범들이 날뛰지만 이들을 뒤쫓는 사정당국의 발걸음은 느리고 더디다. 올 추석을 앞두고도 어김없이 피싱 사기범이 활개 친다.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저금리 대출’, ‘경품 당첨’ 등의 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낯선 목소리가 전하는 과잉 친절은 ‘독이 든 과일’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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