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저고리처럼 다양한 사연 모이는 추석, 고된 일상 속 복된 명절

 

이번 추석은 ‘친정 엄마’를 돕는 마지막 명절입니다.12월 결혼을 하고 나면 내년부터는 시댁에서 차례음식을 만들어야겠지요.

 

손이 영글기 전부터 엄마 곁에서 송편을 빚고 산적을 끼웠습니다.간이 맞느냐는 엄마의 물음에 “세상에서 엄마 음식이 제일 맛있다”며 살갑게 답하던 시골 4남매 막내딸이었습니다.어느 해에는 손 큰 엄마더러 명절 음식 좀 적당히 하자는 투정도 했습니다.“다 식구들 입에 들어가는 거다.고까짓 수고는 일도 아니다”라는 지청구가 돌아왔습니다.모든 어머니의 마음이겠지요.

다들 바빠 일손이 없으니 올해는 서둘러 오라는 전화기 너머 엄마의 음성이 촉촉합니다.일손이 없는 게 아니라 출가를 앞둔 딸을 보고 싶은 마음이 급하신 게지요.천천히 와도 좋으니 운전 조심하라는 아빠의 참견도 들립니다.말만 그렇지 막내딸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뒷짐을 지고 대문 밖을 서성이시겠지요.모든 아버지의 마음일 겁니다.

추석빔을 꼭 챙겨 입던 어린 시절,엄마가 한복 저고리에 정성스레 바느질해주시던 새하얀 동정이 생각납니다.나중에 여쭤보니 넉넉지 못한 형편에 새 옷 대신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었답니다.자식이 우선인 부모님입니다.자식들은 올 명절에도 멋쩍게 건네는 용돈으로 그간 부족했던 효심을 눙치려 들겠지요.물론 죄송스러움도 함께 담아 드릴 겁니다.모든 자식의 마음이었으면 합니다.

 

색동저고리처럼 다양한 사람과 사연이 모이는 추석입니다.부모님들은 자식을 마주할 순간을,아들딸들은 오랜만에 찾는 고향 땅을,손자손녀들은 맛있는 음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푸근한 시간입니다.고된 삶 속에서도 마음만큼은 보름달마냥 둥글어지는 한가위입니다. 안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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