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대한민국이 휘청였다.12일 밤 귀가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시간에 전국이 흔들렸다.40여 분 간격으로 연이어 발생한 지진에 온 국민이 놀랐다.김정은의 6차 핵도발을 의심한 사람도 있었다.오후 7시44분32초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점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이어 8시32분54초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점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또 발생해 전국을 강타했다.지진 관측이래 최대다.고층 빌딩이나 아파트에 있던 주민들은 연이어 찾아온 심한 흔들림에 떨었다.대형 식당 천장이 내려 앉고 마을회관 벽시계가 떨어져 깨졌다.전자제품 생산공장의 생산라인이 중단됐다.수도관이 파열돼 물난리가 났고 주택가 답장이 무너졌다.원전이 안전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고 고속열차는 정차했다.학교는 자율학습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귀가시켰다.혼비백산한 우리 사회가 정지해 버렸다.

한반도가 요동치고 있다.9일 오전 9시30분 한반도가 들썩했다.북한은 정권 수립일을 맞아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국제 사회의 경고와 전방위 제재를 비웃듯 지난 1월 4차에 이어 또다시 초대형 핵도발을 강행했다.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기도한 핵도발은 규모 5.0에 위력이 10kt으로 가장 큰 규모였다.북한은 성명에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전략탄도 로켓들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 특성,성능과 위력을 최종 확인했다고 선전했다.해외순방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조기 귀국했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긴급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박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아베신조 일본총리와 대책을 논의했다.그리고 유엔(UN) 안보리의 강도높은 제재 추진을 발표했다.여·야를 떠나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한반도가 북핵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공직이 무너진다.6일 대법원 전국 법원장 회의.양승태 대법원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양 대법원장은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고,그 사람이 법관 조직의 중추적인 위치에 있는 중견 법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당혹감은 실로 참담하다”고 토로했다.우리가 이 사건을 지켜 보면서 입을 닫고 눈을 감는 이유는 “사법부 너 마저….”라는 실망감이 커서다.양 대법원장이 참회한 것처럼 그래도 법관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기를 아직도 기대했기 때문이다.진경준 전 검사장과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등 우리 사회 1%의 타락과 추락을 지켜 보면서 우리는 말을 잃고 있다.고위 공직자의 ‘개·돼지’ 발언이후 인사말이 “사료 드셨나요”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는 세상이 됐다.사회의 버팀목인 공직사회가 허물어져 내리고 있다.

우리는 오늘 멀고 먼 귀향길에 나선다.누구는 고향을 찾아 평생 땀으로 일군 논밭과 수평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굽은 허리와 아버지의 주름 잡힌 얼굴과 거북등처럼 갈라진 손을 바라보며 남몰래 눈물을 훔칠 것이다.혹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해가 다르게 닮아가는 형과 선산을 오르며 기쁨과 즐거움이 많았고 세월도 느릿느릿 흘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한층 높아진 가을 하늘을 쳐다 볼지도 모른다.또 누구는 정 가득한 음식과 술잔을 형제자매와 나누며 타향살이에 켜켜이 쌓인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것이다.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가는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고 뒤숭숭하다.그래도 그리운 부모와 정든 산천을 만나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을 밝혀 고향으로 향한다.그리고 지진과 북핵,우리 사회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고향에서 삶을 지탱할 힘과 용기를 충전해 일상으로 복귀하리라.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