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범선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보컬 및 기타

여성주의가 화두다.바람직하다.하지만 채식주의에 대한 논의는 아직 미미하다.소설 ‘채식주의자’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글에서 여성주의와 채식주의를 연결하려 한다.여성주의란 성 차별을 철폐하여 여성 해방을 이루려는 움직임이다.가부장제,여성 혐오,강간 문화 등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그 전제는 성 평등이다.‘인간’이라면 성에 상관 없이 똑같이 대우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여성주의는 그래서 남성이 갖는 특권을 비판하며 여성 및 성 소수자가 겪는 고통에 대한 의식을 높인다.궁극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인위적 이분법을 타파함으로써 생물학적,사회문화적 성이 개인의 복지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성 평등 사회를 건설하려 한다.

동물권 운동이란 종 차별을 철폐하여 동물 해방을 이루려는 움직임이다.공장식 축산,동물 학대,육식 문화 등 비인간 동물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그 전제는 종 평등이다.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다시 말해 ‘지각의식 있는 존재’라면 종에 상관 없이 똑같이 대우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동물권 운동은 그래서 인간이 갖는 특권을 비판하며 가축,실험동물 등이 겪는 고통에 대한 의식을 높인다.궁극적으로는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인위적 이분법을 타파함으로써 생물학적,사회문화적 종이 개체의 복지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종 평등 사회를 건설하려 한다.

여성주의와 동물권 운동은 차별 철폐라는 공통 목표를 갖는다.채식주의는 이러한 동물권 운동의 기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주의자가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종 차별주의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다.성 차별은 반대하면서 종 차별은 찬성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을까?

육식은 오랫동안 행해온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위다? 강간,살인도 그렇다고 할 건가? 여성의 몸에 대한 착취가 수 천년간 이뤄져왔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동물의 몸에 대한 착취도 마찬가지다.인간은 지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을 지배할 권리가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논리 아닌가.성 차별 주의자,인종 차별주의자의 단골 메뉴다.물론 인간은 특별하다.

강한 자의식과 메타인지능력을 가졌다.하지만 한 집단의 특별함이 다른 집단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진 않는다.여성의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가모장제가 옳은가? 돌고래의 초음파 능력은? 불알 차고 나온 게 벼슬이 아니라면 두뇌 큰 것도 대수롭지 않아야 한다.

나는 지난 5년간 채식을 하면서 이런 반론도 들었다.“나도 동물을 사랑한다.그래서 맛있게 먹는다.”여성주의자라면 역시 익숙한 방어 기제일 것이다.“난 여자를 좋아하는데 왜 ‘여혐’이냐?”는 혹자의 말이 떠오른다.나는 여성주의와 동물권 운동이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19세기 여성주의자들과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힘을 모았던 것처럼.여성을 억압하는 바로 그 사회 구조가 동물도 억압하고 있다.공장식 축산에도 잔학한 성 차별이 존재한다.육류와 유제품의 절대다수는 암컷의 몸에서 착취한 것이다.새끼를 빼앗기어 울부짖는 암퇘지의 눈을 본 적이 있는가?

한국 사회의 일상적 성 차별을 자각하고 분노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곳곳에서 여성 혐오의 민낯이 드러난다.(방금 사전에 ‘민낯’을 검색했는데 ‘여자의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라고 나온다.시정하자.) 한국인의 종 감수성도 성 감수성 만큼 커질 수 있을까? 투뿔한우집 간판에 소가 웃는 것을 보고 섬뜩할 수 있을까? 여성은 스스로 연대할 수 있지만 동물은 그러지도 못한다.결국 공감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다.같이 아파하고 사랑하는 대상을 인간으로만 한정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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