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힘겹다. 때론 두렵다. 감탄은 어느 한 순간 뿐! 어느 산이나 마찬가지. 그러면서도 두 다리와 등이 뻣뻣이 굳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산에 오른다. 고통과 두려움을 딛고 산자락을 파고드는 것이다. 찰나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순간순간 온 몸에 각인되는 고통이 값진 추억으로 영그는 진리를 알기 때문. 그런 맛이 없다면 산에 오를 이유도, 정성을 다해 무릎 꿇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산은 공평하다. 산에 든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자신을 내어 준다. 그게 산!

가을 설악은 하루해가 짧다. 골짜기 마다 늦은 햇살이 퍼지고 달빛은 너무 이르게 비춘다. 그래서 서둘러야 한다. 낮이 짧은 만큼 준비할 것도 많다. 둘러볼 곳의 거리는 1.5㎞에서 31km까지 다양하다. 권금성과 울산바위, 비룡폭포, 용소폭포, 대승폭포는 길어야 두 시간 남짓.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12선녀탕과 수렴동, 양폭은 하루를 투자해야 한다. 대청봉을 오르는 오색∼대청봉(5km) 구간도 있다. 천불동과 공룡 능선, 한계령, 봉정암 코스는 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듯.

설악의 비경은 천 갈래 만 갈래다. 단풍이 더해진 가을 설악은 더욱 현란하다. 그런 설악산이 올 가을, 새로운 자태를 뽐낸다. 1970년 3월 24일,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때부터 원시림 보존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출입을 통제했던 오색지구 남설악 만경대(해발 560m)가 46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설악산엔 3곳의 만경대(萬景臺)가 있다. 뜻 그대로 ‘1만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는 만경대는 외설악 화채능선 만경대, 내설악 오세암 만경대 등이다. 그 중 한 곳이 처음으로 빗장을 푼다. 오는 10월 1일!

남설악 만경대에 오르면 천연의 전망대가 있다. 가로, 세로 5m의 정방형 반석. 이곳에서 독주암과 만물상을 비롯해 남설악의 눈부신 경관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소금강산을 보는 기쁨! 만경대 개방으로 오색약수터∼선녀탕~용소폭포~만경대∼오색 약수터로 이어지는 5.2㎞ 구간의 탐방로가 새로 열린다. 하루 코스의 설악산 길이다. 세속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 주는 길로 오래 오래 남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탐욕과 오만함도 씻어주고….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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