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부담+안일한 대응, 오늘날 대학 현실”
청년실업, 대학 책임처럼 인식
사회 변화따라 구조 개혁 추진
지성·인성 겸비 인재양성 목표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를 나와 사직공원 방향으로 걷다보면 인왕산 기슭에 자리 한 배화여자대학교를 만난다.이 대학을 5년째 경영하고 있는 동해출신의 김숙자(71) 총장은 지난 21일 오후 대학을 찾은 본지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한국 대학의 위기와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내놨다.김 총장은 아울러 북평초교와 북평중을 졸업하고 상경한 뒤 오늘날까지 마음속 가득 간직하고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풀어냈다.



대담 =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어 오셨다.교육철학을 소개해 달라.

“교육자는 학생들을 지성과 감성,그리고 인성을 갖춘 지식인,교양인,인격자로 성장시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우리 대학의 경우 기독교 설립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과 실용적인 교육을 강조한다.글로벌시대의 유능한 여성인재를 양성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무엇보다 ‘기본이 되어 있는 사람교육’, 즉 인성교육을 우선시한다.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지성과 인성을 두루 겸비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우리 대학은 118년의 역사를 지닌 대학으로 2~3년제 전문 학사와 4년제 일반 학사를 배출하고 있다”

-2011년 3월 총장으로 취임한후 대학 최고 경영자로서 일하고 있는데 오늘날 한국 대학의 문제점을 진단해 달라.

“대학 교육은 사회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또 사회 발전과 변화에 따라 대학도 구조개혁을 해 나가야 한다.그런데 그동안 대학들은 이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안일했다.따라서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교육개혁 정책에 따라 타율적,피동적으로 개혁을 해야하는 궁색한 처지에 놓였다.대학들은 정부의 교육개혁 틀에 맞춰 인증평가,구조개혁 평가 등 각종 평가를 받고 또한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을 따내기 위해 개혁에 매달리다 보니 학생들에게 지성과 감성,인성을 두루 갖춘 교육을 못하고 있다.더구나 청년실업이 마치 대학과 교수의 책임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대학들은 교육은 물론 취업도 알선해야 하는 짐을 지고 있다.그런데 일자리가 만들어 져야 취업도 시킬 수 있지 않나?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오늘날 대학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도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오늘날 우리에게 가정 혹은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법학 교수로 있으면서 가정법률상담소 부소장으로 이혼현상 등 가족문제를 연구했다.요즘 가정 혹은 가족이 붕괴되고 있다고 하지만 법학자,아내,어머니로서 볼때 예나 지금이나 가정은 여전히 스위트 홈(Sweet Home)으로서,가족은 여전히 가장 의지되고 신뢰되는 사랑과 믿음의 공동체로 존재하고 있다.다만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달라지면서 과거 전통적인 가정 내지 가족에서 진화하고 있다고 본다.이혼이 늘었지만 가정은 누구나 지켜야 할 인간의 본거지며 가족관계가 단지 부모자녀라는 틀을 벗어나 신개념의 가족문화가 탄생했다고 해도 그 어느 관계 보다 든든한 신뢰와 사랑의 결합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다.그동안 남성 위주의 수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회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현저히 늘어났지만 고위직은 여전히 남자들 차지다.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고등교육과 남녀 임금 격차,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해 점수로 낸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점으로 조사돼 최하위인 29위를 기록했다.2013년부터 4년 연속 꼴찌다.제가 2014년 세계여총장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도 우리나라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총장 중 여성은 각각 6.9%(14명)와 15.8%(22명)에 그쳤다.여성 총장도 대학 설립자 딸,배우자,며느리 등 재단 관계인이 70% 이상이다.여성의 사회진출은 아직 멀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내년부터는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 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 인구지진(Age-Ouake)이 예상된다.외국인 인구는 200만명을 넘어섰다.이같은 사회변화에 맞춰 우리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노인문제는 국가의 인구정책과 사회경제,또 생산성 등과 맞물려 중대한 이슈다.지방에서는 결혼 10쌍 중 4쌍이 국제결혼이다.이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우리 문화를 가르치기 보다는 단일 민족, 단일 문화의 벽을 과감히 넘어서서 다민족,다문화 시대에 맞는 의식 전환과 각종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내국인,외국인을 떠나 이 땅에서 ‘대한민국인(人)’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더불어 살아가는 감성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확장해 나가는 글로벌시대의 글로벌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 고향이 동해다.

“당시 삼척군 북삼면 송정리에서 태어났다.북평초(36회)와 북평중(13회)을 졸업했다.북평고를 1년 다니다 서울로 왔다.고향은 누구에게나 그립고 잊지 못할 추억이 서린 곳으로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다.기쁜 일,감사한 일,또 마음이 무거운 일이 있을 때면 고향으로 달려간다.추암바위에 올라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무릉계곡을 찾아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며 초심을 되찾는다.교수 정년을 마치고 2011년 배화여대 총장으로 취임했을 때 고향으로 달려가 묵호항에서 동창들에게 한 턱을 내기도 했다.봄이면 바람결에 일렁이던 짙푸른 보리밭,여름날 송정해수욕장에서 발가락으로 조개를 줍던 추억,빨간 감이 익어가던 동구 밖 가을풍경,아빠가 서울에서 사다주신 스케이트를 타면서 으스대던 겨울 등 모두가 잊지못할 아름다운 추억이다.초등학교 시절 예선을 거쳐 웅변대회 본선에 참가하기 위해 오갔던 강릉과 춘천 등 강원도는 늘 그립다.그래서 고향 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곧바로 친구가 된다”
 

 

김숙자 총장은

1944년 동해 태생으로 북평초교와 북평중을 졸업했다.북평고 1학년 재학중 서울로 유학와 배화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했다.이화여대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민법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명지대에서 교수협의회장과 법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하고 2011년부터 배화여대 총장으로 재직중이다.그동안 한국가정복지정책연구소장,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서울지역전문대학총장협의회장 등으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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