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저논란이 뜨겁다. 박지원 국민의 당 원내대표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국정원에 지시해 사저를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로 되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이어진다. 오히려 2011년10월 불거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시비와 오버랩 되며 이슈로 부상했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건 ‘경호동과 초소위치 등을 놓고 관계기관들이 논의했다’는 게 전부다. 그 외에는 알 길이 없다. 퇴임 대통령의 사저가 도대체 뭐 길래….

이승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의 사저는 그 자체가 역사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뒤 머물던 이화장은 인조의 셋째 아들인 인평대군이 살았던 곳으로 사적 제497호. 대한민국 초대 정부의 조각 본부이자 이승만 대통령의 집무공간으로 쓰이기도 했다. 군부 쿠데타로 취임 1년도 안 돼 물러난 최규하 전 대통령의 사저는 1980년대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무대로 조명받기도. 평생 연탄보일러를 사용한 최 대통령의 서민적인 정취가 배어 있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전후에 머물던 서울 연희동 사저는 권력무상(權力無常)의 상징적 공간. 전 전 대통령이 내란죄와 뇌물수수죄로 무기징역 및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은(1997 대법원 확정) 뒤 ‘빨간 딱지’가 붙은 것. 전 전 대통령이 “전 재산이 29만 원 밖에 없다”며 추징금을 내지 않자 압류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본채와 별채, 정원으로 나뉜 사저는 모두 추징 대상이다.

반면,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상도동·동교동 사저는 ‘민주화의 성지’로 평가된다. YS가 전두환 신 군부에 맞서 23일간 단식 투쟁을 벌인 곳이 상도동 사저다.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회복과 정치복원을 요구한 것. DJ는 동교동 사저에 무려 55차례나 연금됐다. 이곳이 ‘동교동 민주교도소’로 불리는 이유. 한때 아방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는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아방궁이 아닌 ‘서민 대통령의 집’으로 인식되기 때문. 박 대통령도 1년 5개월 뒤엔 청와대를 떠난다. 그의 사저가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을 지 궁금하다. 집은 집주인을 닮는다는데….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