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열

영동본사 취재국장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도시들이 지난 십수년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지만,풀지 못한 난제가 있다.인구 늘리기다.그런데 난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꼬여만가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하나.2000년대 들어 고민이 심화된 이후에도 동해안 인구는 늘기는 커녕 오히려 매년 감소 추세다.지난해 말 기준 통계만 살펴봐도 영동 6개 시·군은 예외없이 인구가 줄었다.강릉의 경우는 지난 2000년 23만3812명을 기점으로 매년 1% 내외(1000명선)씩 감소세가 이어져 지난해 말에는 21만6330명까지 떨어졌다.이대로 간다면 2030년에는 20만명 유지도 힘들다는 전망이 강릉시의 인구분석 자료에 등장했다.지난 1995년 도·농 통합 당시 23만∼24만명으로 엇비슷한 인구 규모를 가졌던 춘천,원주,강릉 등 강원도내 ‘빅3 도시’의 인구 명암이 2000년대 이후 확연히 엇갈리면서 춘천과는 6만명,원주와는 무려 10만명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으니 오늘의 현실이 더 안타깝고 쓰리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도 인구를 늘릴 묘수가 없다.그동안 출산장려금과 대학생 주소이전 지원,귀농 지원 등의 각종 시책을 펼쳐왔지만,매년 지역으로 들어오는 전입 인구 보다 빠져나가는 전출이 많으니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역설적으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다면,동해안 인구는 지금보다 더 바닥을 쳤을테니 참으로 ‘웃픈’ 현실이다.여기에 출생률 저하 시름까지 더해져 인구 고민을 더욱 깊게하고 있다.지난 2001년 1만8312명에 달하던 강릉지역의 초등학생 수가 현재 1만403명으로 격감했고,2020년에는 1만명 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교육당국의 구체적 예측도 나왔다.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이 불과 십수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상황이니 ‘인구 절벽’의 심각성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인력 의존도가 현저히 높은 사업장이 줄지어 유치돼 ‘신도시’ 규모의 인구 유입이 이뤄지기 전에는 출생률 저하라는 격랑을 거슬러 오르기가 정말 버거운 것이 오늘 지방도시의 현주소다.

장고(長考)에도 ‘묘수’가 없으니 이제는 ‘훈수’라도 한번 찾아보자.며칠전 강릉시가 마련한 인구 늘리기 대책 간담회에서 주목할만한 훈수가 나왔다.김은숙 지역사회정책연구소장과 권소진 한국CHRD(공동체적 인적자원개발)센터 대표,신승춘 강릉원주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교류·유동인구 증대’라는 대안을 잇따라 제시했다.문화·관광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2018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릉에 줄지어 건설중인 대형리조트 시설을 활용,각종 회의와 박람회,전시회 등의 ‘마이스(MICE)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사실 따지고 보면 문화·관광은 강릉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서울∼강릉을 72분 만에 주파하는 고속철도 개통이 목전에 다다랐으니 교류인구를 증대시킬 통로 또한 새롭게 열리고 있다.저 많은 수도권 거주민이,또 그보다 더 많은 중국 유커(遊客)들이 즐겨 강릉을 찾아 체류하면서 소비 활동을 하게 만들수만 있다면,그것은 인구 늘리기에 ‘최상의 묘수’가 될 수도 있겠다.어차피 강릉이 환경부담을 무릅쓰고 산업·공업단지가 즐비한 도시로 탈바꿈 할 수 없고,또 그것을 원하지도 않는다면,중요한 것은 ‘오늘,강릉에 몇명이 살고 있냐’는 것 보다 ‘지금 이 시간,강릉의 거리를 몇명이 거닐고 있느냐’가 아닐까. 그러러면,누천년 강릉이 쌓아온 문화관광도시의 정체성과 자연환경적 가치를 더욱 살리는 고민부터 더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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