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학
전 국회공직자 윤리위원장 전 송호대 총장

▲ 김병학
전 국회공직자 윤리위원장
전 송호대 총장

옛 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내는 것이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아울러 옛 것에서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공자(孔子)는 정명(正名)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다.순자(荀子)도 순자 22편 정명론(正名論)에서 그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논어 자로(子路)편을 보면,자로가 공자에게 여쭈었다.선생님께서는 나라의 정치를 맡으신다면 무엇부터 먼저 추진하시겠습니까? 이에 공자가 대답하기를 반드시 정명(正名)을 바로잡겠다‘필야정명우(必也正名于)’라고 하셨다.그러자 선생님의 생각은 지나치게 우원하십니다.급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하고 말끝을 흐리자.공자는 자로야! 너는 참 무식하고 무례하구나.군자는 자기가 모르는 일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법이다.공자는 거친 표현을 쓰면서 정명(正名)의 중요성을 말했다.

순자(荀子)는 정명편(正名篇)에서 정명을 바로 잡아야 사상의 혼란을 막고,사상의 혼란을 막아야 세상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정명이란 넓게는 이름이나 명칭,사상 및 이론을 바로 잡는 격물치지이다. 명칭과 이름은 사물의 이치 맞도록 작명하거나,예시지명은 성현들이 고심 끝에 만든 명칭이다.오늘날 행정의 편의를 위해 이름을 마구 만드는 것은 훗날을 바람직하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1990대 말 동강 댐 문제는 온 나라가 반대로 어수선하였다.댐을 만들면 아름다운 자연보고를 모두 망쳐 후세에 큰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했다.강원도 용역보고서에서도 동강 댐의 반대가 논리적으로 적시되어 있었다.그러나 그 보고서를 보면서 정명(正名)에 희구심이 있다는 점이다.물론 동강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궤변은 아니다.그러나 이미 옛날에 댐이 들어선다는 예시지명이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고유의 토속신앙을 백해무익한 샤머니즘을 치부하고 성황당을 모두 부셔 버렸다.본래 성황당은 인권의 보호와 생존의 필요조건을 제시한 조상의 법고창신이다.성황당은 무죄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면 진범인 잡힐 때까지 피신할 수 있는 치외법권의 지역이며,여인네가 칠거지악으로 쫓겨나 갈 곳이 없으면 성황당에서 살 수 있다.그리고 아침나절에 성황당 지나가는 좋은 남정네를 따라가면 후실로 삼아 구제했다.또 큰 가뭄을 대비한 씨종자 보관 장소이다.큰 흉년이 들어 씨종자까지 식용으로 사용했다면 촌장 회의를 통해 성황당 땅 속에 묻힌 씨종자로 파종했다고 한다.성황당에서 보관한 씨종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그러면 큰 부자들은 씨종자를 아낌없이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미풍양속을 지켰다.그 대표적인 예로 경주 최부자나 봉화 금씨 부자들은 인근 백리까지 모든 집에 무상으로 씨종자를 나누어 주었다.그래서 임금은 그 선행을 치하하기 위해 선종정(善種亭)이라 편액(扁額)을 내리면,마을에서는 정자를 짓고 편액을 달고,대대로 자긍심을 가졌다고 한다.

성당황이란 인권보호의 보루이며,씨종자 선종(善種)의 장소이다.본래 성황당은 조상의 지혜가 숨어 있는 곳이라 성황당의 이름에 관한 정명(正名)을 이해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강원도는 수자원과 산림의 보고이며 순박한 미풍양속이 살아 숨 쉬는 미래의 땅이며,문화의 고장이라 21! 세기 정명(正名)의 어젠다(agenda])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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