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문순

화천군수

바야흐로 ‘N분의 1’ 시대다.지난달 28일부터 이른바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되었고,많은 분들이 화천지역 법 적용 대상자가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된다며 우려하고 있다.이 작은 접경지 마을에서 공무원과 군인을 빼면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이 법을 ‘더치페이 법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더치페이(Dutch pay)’는 ‘더치 트리트(Dutch treat)’라는 네덜란드 단어에서 유래됐다.서구화된 일본사회에서도 ‘분파이(分配)’ 문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다.이 단어들의 의미는 결국 ‘각자내기’라는 지극히 서양적 개념이다.

외국인들 눈에 비친 한국사회의 독특한 문화는 ‘정(情)’이다.수도권에서는 이미 더치페이 문화가 뿌리를 내리는 중이지만 화천군 같은 시골마을에서는 이웃이 부족하면 내가 좀 더 내고,내가 어려울 때 한 끼 식사쯤은 신세지는 것이 아직까지 자연스럽다.공직사회와 주민들 마음속에 김영란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류가 바뀌고 있으니 화천군도 변해야 한다.경기침체의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를 걱정만 하기보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화천군은 10월부터 T/F팀을 꾸려 각 부서별로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화천사랑상품권 구입 확대,직장 동호회 활성화,전통시장 활성화,음식·숙박업 시설개선 등은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다행히 화천은 지금 사단 신병 직접 입소제 시행으로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우리의 ‘가족’ 3만5000여 명의 군장병들은 각 사단 페스티벌 기간 지역에서 활발한 소비활동을 벌였다.각 사단에서는 대대급 이상 부대에 월 1회 이상 주둔지역 상권을 위한 회식도 권하고 있다.어려운 시기에 만나는 군(軍)가족의 도움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힘이다.

김영란법이 던진 화두는 투명성이다.‘물이 탁해야 고기가 많다’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하지만 맑은 물에도 고기가 산다.깨끗한 물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일수록 맑은 물에 사는 고기가 더 값진 것이 세상 이치다.물을 맑게 하는 일이 귀찮거나, 맑은 물이 불만이라면 평생 붕어와 피라미 정도로 만족하는 수 밖에 없다.따지고 보면 작은 접경지 시골마을의 화천산천어축제를 ‘세계 4대 겨울축제’로 만든 주인공 산천어도 1급수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다.화천은 변화하고 있다.화천군과 군민들,지역사회단체,군부대가 한 가족처럼 힘을 합친다면 지금의 격변기를 기회로 삼아 ‘맑은 화천’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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