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음담패설이 가관이다.공개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그가 과연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후보직을 사퇴하지 않는다.알다가도 모를 일.부시 전 대통령의 사촌 빌리 부시와 나눈 대화에서 트럼프는 “I did try and f--- her. She was married” (내가 그녀를 000하려했어. 근데 결혼했더라)며 아무렇지 않게 떠벌인다.세 번째 결혼 직후에 한 말.

그의 음담패설은 멈추지 않는다.“I’ve got to use some Tic Tacs, just in case I start kissing her. You know I’m automatically attracted to beautiful. I just start kissing them. It’s like a magnet. Just kiss. I don’t even wait.”(나 tic tacks(캔디 이름)이 있어야겠어.내가 그녀에게 키스를 시작하게 될 경우….난 미녀,아름다운거에 저절로 끌려.그냥 막 키스하기 시작할거야.자석처럼 그냥 키스해.망설임도 없어)라고.그는 자신의 딸마저 성희롱 대상으로 삼는다. 실제로 공개된 내용도 있다.

초강대국 미국의 대선판을 저질 코미디로 만든 트럼프의 음담패설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을 돌아보게 한다.지난 6월 고려대학교에 ‘동기,선배,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카톡방 언어 성폭력 사건을 고발합니다.’라는 대자보가 붙었다.단체 카톡방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성희롱하거나 성적으로 비하한 내용을 폭로한 것이다.이에 대해 법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전파성’과 ‘공연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유죄!

SNS시대에 음담패설은 어느 한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기록으로 남은 말과 글이 누군가에 의해 까발려질지 모른다.‘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 리베카 솔닛은 “여성 혐오 언어의 사용,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시선,성폭력을 미화하는 태도들이 실제 성폭력을 용인하는 환경을 만들고 지속시킨다”고 했다. 그녀의 말처럼 무심코 남긴 저속한 험담이 나 자신을 지옥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을지 모른다. 트럼프처럼.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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