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치유 불능의 불치병인가?또 하나의 세월호참사가 보란 듯이 발생했다.사고 전후가 기막히게 닮았다.선장이 도망친 것처럼 이번에도 사고버스 기사가 먼저 뛰쳐나갔다.구호조치도 없었다.승객 10명이 불귀의 객이 되는 순간에도 이 기사는 넋 놓고 앉아 있었다고 한다.승객의 안전을 지키고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망각한 것이다.버스기사로써의 직업정신이 있기나 한 건지, 최소한의 도덕성은 갖췄는지 묻고 싶다.

울산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사고에 얽힌 진실이 하나 둘씩 드러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안전수칙이 무시되고,매뉴얼에 따른 구호활동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사고 원인은 ‘무리한 끼어들기’로 밝혀졌다.게다가 속도까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더 기막힌 것은 사고 이후의 행동이다.버스기사는 사고가 나자 소화기로 유리창을 깨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보증인적 지위’를 망각한 것이다.‘음주·무면허 운전 등 9건의 도로교통법과 3건의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전력을 가진 전과자’였다는 사실도 묵과할 수 없다.

늘 그렇듯 당국은 또 뒷북 처방을 내놓는다.‘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고쳐 대형 교통사고 유발자와 무면허 운전 전력자의 운수종사자 자격 취득을 제한하겠다고 한 것.당국이 왜 이제서 이런 대책을 내놓는지 안타깝다.세월호 참사와 부산해운대 뇌질환자 교통사고,봉평터널 관광버스 졸음운전 사건 등을 거치며 우리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안전’을 강조했다.그런데도 사고는 어김없이 되풀이 되고 ‘책임의식’은 실종됐다.‘위험 인물’을 방지할 조치와 함께 구호훈련을 의무화해야 한다.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2009년 1월 15일,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직후 새떼와 충돌한 US항공 1549편 여객기 추락 사고를 다룬 이 영화는 ‘책임자’의 판단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설리 기장은 여객기가 허드슨강에 불시착하자 승객들을 모두 대피시킨 뒤 기내를 향해 소리쳤다.“아직 누구 있습니까?”그 자신이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었는데도 말이다.그러면서 담담히 “우린 할 일을 했어”라고 말한다. 그의 말과 행동이 우리사회를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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