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병

6·25참전언론인회 회장

중견언론인들의 연구모임인 관훈클럽이 지난 9월초 러시아의 바이칼(Baikal)호수와 그 주변을 답사하는 행사에 필자도 참가해 동부 시베리아의 중심도시 이르쿠츠크 등 시베리아의 광활한 지역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한마디로 바이칼호는 호수가 아니라 바다였다.3만 3000㎢에 이르는 호수의 평균수심이 750m로 세계제일의 호수다.하도 깊고 넓은 호수여서 아직도 이곳 생물체에 대한 조사연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바이칼호수 그 전체의 모습을 한눈에 보기는 불가능했다.배를 타고 30분가량 호수위를 달려 보았지만 망망대해 그대로였다.식수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오염이 안된 맑은 호수였다.바이칼호를 관망하기 위해 세운 ‘체르스키 전망대’에 올라가 보았지만 눈에 들어온 바이칼호는 전체호수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바이칼 호수는 동부 시베리아 남쪽에 위치해있고 동부 시베리아의 중심도시는 이르쿠츠크다.

바이칼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유일한 ‘앙가라강’을 끼고있는 이 도시는 겨울이면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지대가 된다.그래서 제정(帝政) 러시아 시대에는 정치범의 유배지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이루크츠크는 시베리아 초원길을 따라 그 연변에 세워진 도시 가운데서 근 400년의 역사를 가진 가장 오래된 도시다.그리고 시베리아 밀림의 나무로 지은 목조건물이 많은 특색있는 도시였다.뿐만아니라 건축미와 화려함이 돋보여 이르쿠츠크의 관광코스로 꼽히고 있는 붉은색의 벽과 파란색의 지붕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러시아 정교의 카잔스키 성당,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즈나멘스키 수도원,시베리아에서 1710년에 세워진 가장 오래된 스파스카야 교회,반란에 실패해 정치범으로 유형수(流刑囚)가 되어 이곳에서 살았던 발콘스키 공작의 집 등 역사적인 명소가 많다.

특히 즈나멘스키 수도원은 제정(帝政)러시아의 전체 정치를 개혁하려했던 귀족출신 장교들이 반역죄에 몰려 처형된 곳인데 남편을 따라 이곳에 와서 함께 죽은 부인들의 묘가 있어 가슴을 뭉쿨하게 했다.이처럼 관광명소가 많았지만 화장실이 우리나라 화폐로 400원의 유료화장실 이어서 불편함을 느꼈다.필자는 이르쿠츠크 시내를 관광하면서 주청사 뒤편에있는 승리광장의 ‘영혼의 불꽃’을 보면서 생각하는 바가 많았다.6.25전쟁의 춘천대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이 지방출신 용사들의 영혼을 지키는 불꽃이다.2차 세계대전 중 이르쿠츠크 출신 참전용사가 21만 1000명에 이르고 그중에서 5만명이 전사했다. 전사자 중 70명이 연방정부로부터 영웅훈장을 받았고,37명은 그 이름을 이르쿠츠크 주정부청사 뒤편벽에 헌액(獻額)해 놓았다.참전용사 대부분은 모스크바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독일군과 격전중 전사했다는 것이다.

일년내내 꺼저지지 않는 ‘혼의 불꽃’은 불씨를 모스크바 광장의 영혼의 불꽃에서 가저왔다는 것이다.매년 5월 9일 승전기념 행사가 베풀어지는데 생존자를 탱크에 탑승시켜 퍼레이드를 펼쳐서 이들의 참전공헌을 기린다는 곳이다.짧은 여행 였지만 이번 탐방을 통해 우리동포가 극동 연해주에는 수십만명이 살고 있는데 이루쿠츠크의 동부 시베리아에는 불과 기백여명 밖에 되지 않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토(凍土)라 농사 짓기에 어려워서 그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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