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과 관련된 이야기가 유난스럽다.연애와 출산, 취업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개떡 같은 인생’이라고 자조하고, 누군가는 나랏일을 ‘떡 주무르듯’ 했다고 해서 비난 받는다.바람 잘 날 없이 모든 게 뒤숭숭하고 궂은 일이 잦아 ‘떡 해 먹을 세상’이라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국민들의 삶을 바꿔버린 김영란법은 ‘떡값’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벼른다.그러고 보니 사방이 ‘떡’ 천지다.‘떡’의 본뜻은 사라지고 자조와 푸념,한탄,경계의 의미가 굳어진다.~같은 세상!

K포츠재단이 사실상 최순실 모녀를 위한 기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준다.기업을 쥐어짜 재단을 설립한 것도 모자라 모금한 돈으로 승마 훈련을 하는 최순실씨 딸을 지원했다는 것이다.공익재단을 사유화 한 것이나 다름없다.대통령과의 사적 관계를 내세워 정부와 대기업을 떡 주무르듯 했으니 ‘개떡 같은 세상’이 아닐 수 없다.이런 나라에서 청년들이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겠나.‘최순실 모녀 게이트’로 번진 이 사건을 마냥 덮어둘 수 없다.대통령이 나서 바로잡아야 한다.

백승훈 시인은 그의 시 ‘수련’에서 “사는 일이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 일”이라고 했으나 최순실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넓은 집과 화려한 가구, 돈이 풍족한 삶을 ‘개떡같은 인생’이라고 질타한 철학자의 생각과도 거리가 멀다.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행태는 말 그대로 ‘개떡’ 같다.국민 모두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개떡 같은 일’을 저질렀으니 그 책임을 단단히 물어야 한다.‘떡 해 먹을 세상’을 만들지 않으려면….

또 다른 ‘떡’ 얘기도 화제다.이번엔 진짜 떡이다.‘청탁금지법(김영란법)’ 재판 1호로 기록돼 역사적 의미 또한 가볍지 않다.춘천지방법원은 김영란법 시행 첫 날인 지난 달 28일 자신을 조사한 경찰관에게 4만5000원짜리 떡을 보낸 조 모씨에 대한 재판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경찰은 ‘수사 편의를 봐달라’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고,조씨는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고 항변한다.김영란법은 직무 연관성 여부를 떠나 ‘사교나 의례 목적이라면 최고 5만원까지의 선물을 공직자에게 줄 수 있다’고 했다.법원이 조씨의 행위를 어떻게 판단할지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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