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대한민국이 고령화사회를 지나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새로운 세대의 숫자가 감소하면서 수백년 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지만 당장 취업걱정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젊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니 정부는 취업률에 바탕을 둔 대학정책을 발표하곤 한다.대학이 취업을 위한 곳이라면 왜 과거에 취업을 목적으로 한 전문대학이나 기술학교의 이름을 대학으로 바꾸었는지 의문이 든다.

“대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11~13세기에 오늘날의 대학으로 발전하는 교육기관이 유럽에서 문을 열 때는 취업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한 것이 아니었다.그들은 학문과 진리를 향한 호기심으로 공부를 했고,그들이 공부한 내용은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는 일에 요긴하게 사용되기도 했다.대학은 학문을 창출했고,그 내용이 국가와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된 것이다.나라경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엇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먹거리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토로되곤 한다.의대,법대,교대,사대의 인기가 높고,타 전공자들이 공무원을 지망하는 사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래의 한국사회를 밝게 그려주지 못한다.모두가 국제경쟁과는 별 상관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능력있는 젊은이들이 국내에 머물며 남이 살려 놓은 경제의 이익을 얻어먹고자 한다면 국제경쟁은 누가 할 것인가.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지 못해 기업체가 신입사원 선발을 꺼리는 판에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젊은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은 않고 안정된 직업을 찾기만 하는 것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 못 된다.대학은 취업을 시키기 위한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교육을 잘 한 결과 자연스럽게 졸업생들이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젊은이들 각자의 선택을 막을 수는 없으니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취업률을 눈곱만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사회를 만들어 도전정신이 투철한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꾸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지금까지 ‘미래가 위기’라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 왔지만 외국여행을 가는 대학생은 많아도 스트레스만 풀고 올 뿐 미래에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는지는 살펴보지 않고,대학은 교육을 잘 하겠다고 하면서 교수 각자의 교육내용을 보면 바뀌는 게 없고,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은 당장의 수치에 연연하는 것이 미래한국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교수는 자신의 관심을 가진 학문의 한 가지에만 관심이 있고,학생은 취업을 위해 대학에 들어오고,정부는 지원을 빌미로 간섭을 한다면 대학의 본질은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중세에서 근대로 접어들 때 대학이 새로운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지식을 생산했던 것처럼 이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대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