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의 가을] 설악산 단풍 이번 주말 절정
너른 계곡 웅장한 폭포 절경 연출
‘순례자의 길’ 걸으며 색채 향연 만끽

▲ 20일 인제 내설악 백담사계곡의 단풍이 익어가면서 만산홍엽을 이루고 있다.

인제 내설악 백담사의 단풍이 수줍지만 깊게 물들어가고 있다.설악산 단풍은 지난 9월 29일 첫 관찰됐으며 오는 이번 주말(22일) 전후로 백담사 단풍의 절정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설악 단풍은 어느 능선과 계곡에서 만나도 탄성을 터뜨리기에 부족함이 없다.그 가운데 내설악 백담계곡은 단풍의 속살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전국 최고의 단풍명소이다. 백담계곡은 설악산에서 가장 긴 물줄기이다.대청봉에서 서북쪽으로 가야동계곡,서쪽으로 구곡담계곡이 형성됐다가 수렴동대피소 인근에서 합쳐져 수렴동계곡을 이루고 백담계곡으로 흐르다 인제 용대리에서 북천과 만난다.장장 19㎞ 가량을 흐른다.굽이굽이 깊은 계곡은 폭포와 소를 빚어놓는다.대청봉에서부터 크고 작은 담(潭)이 100개째 있는 곳에 절이 세워져 ‘백담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사찰 명칭 유래가 전해 내려오는 점에서도 계곡의 유장함을 짐작할 수 있다.

백담사∼봉정암 구간의 쌍용·관음·용소·황장폭포 등의 웅장함이 단풍의 화려함과 더해져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 단풍나무는 키가 크고 웅장하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어서 계곡 주변이나 능선부 같은 큰 나무의 방해 없이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내설악 백담사 일대는 계곡을 따라 탐방로가 연결돼 있어 단풍을 즐기며 걷기에 제격이다.백담계곡은 가까운 단풍,먼 단풍,물에 비친 단풍까지 온 세상이 단풍 천지다.

10월말 백담사 인근 계곡은 울긋불긋 단풍과 화려한 복장의 탐방객,계곡 내 돌탑까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백담사 앞 계곡에 돌탑을 쌓았다.소원을 빌고 발원을 하면서 쌓고 또 쌓았다.큰물이 나서 모두 쓸려가도 어느샌가 돌탑들은 돌아왔다.백담사에는 시집 ‘님의 침묵’의 집필한 만해 한용운 선생의 혼이 깃들어 있고 스님들이 공부하는 기본선원(무금선원)이 있으며 사람들의 소원과 발원이 쌓인 돌탑과 어우러진 고운 단풍이 있다. 이수원(66) 자연환경해설사에 따르면 가장 검붉게 물드는 것은 당단풍나무잎이다.회나무잎은 발갛고 복자기나무는 붉으스름하다.산벚나무잎은 붉으면서 갈색을 띤다.생강나무잎은 노랗고 산겨름나무와 함박꽃나무잎은 노리끼리하다.같은 단풍나무라도 위치와 환경에 따라 노란색에서 짙은 빨간색까지 색채가 다채롭다.거기에 늘푸른 상록수도 색채의 향연에 한몫을 제대로 한다.

▲ 인제 내설악 백담사 일대

산속의 나무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익어가면서 산은 점점 찬란해진다.그리고 산그림자를 받아안은 계곡도 붉고 노랗고 푸르다.너른 계곡의 돌들이 빚어내는 하얀 색은 덤이다.특히 백담분소에서 백담사를 셔틀버스나 도보로 오르며 만나는 먼산의 단풍도 매력적이지만 산책길 같은 백담사∼영시암 구간 3.5㎞는 계곡 옆 길을 따라 주변 풍광과 단풍을 감상하면서 걷는 즐거움이 남다르다.울창한 단풍 사이로 난 평탄한 길을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걸으면 된다.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10.6㎞ 코스는 단풍과 함께 걷는 ‘순례자의 길’이다.돌과 바위투성이 산길이지만 빼어나게 아름답다.그곳에 단풍이 무르익었다.불자가 아니라도 좋다.누구나 공평하게 걸음걸음을 옮겨야 하는 길이다.길은 빈부를 가리지 않는다.단풍은 권세가 있고 없음을 따지지 않는다.오직 자신의 힘으로 걸어야만 길 위의 단풍을 만날 수 있다.

단풍을 만끽하며 걷다보면 전국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인 봉정암에 닿는다. 설악산 백담탐방코스는 설악의 대표사찰인 백담사,영시암,봉정암을 거쳐 대청봉으로 올라가는 코스이다.백담분소∼백담사∼영시암∼수렴동대피소∼봉정암∼소청대피소∼중청대피소∼대청봉 구간은 거리 19.4㎞로 8시간(편도) 이상이 소요된다.백담코스의 봉정암∼대청봉 구간은 가파른 바위를 오르는 탓에 안전사고와 낙석 발생에 주의해야 한다. 이동명 sunshin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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