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진

홍천군의원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어느덧 스물다섯 해를 넘기고 있다.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목적인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기초자치단체 출발은 무공천에서 시작됐지만 지난 2005년 정당공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방자치가 크게 훼손됐다.최근 들어 그 속도가 가속화되고,범위가 방대화되면서 공천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실망감을 넘어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지방의원의 최대 사명은 지역 주민의 불편사항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펼쳐야 하는 것인데 작금의 상황은 ‘정당’이라는 울타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특히 기초자치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이 하나의 정당이 독점하게 되어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이 단일 정당이 독식하는 결과로 이어져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당리당략으로 오염되어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인 목적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선진 외국 지방자치단체 정당공천제를 살펴보면 미국은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 정당의 관여를 배제하고 있고,일본은 외형적으로는 정당의 관여를 합법화하지만 무소속 후보들이 절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해 실제적으로는 정당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또 영국은 정당정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지방정치에서 정당의 영향력이 크지만,우리나라처럼 특정지역에서의 특정 정당의 독식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선진 각 국은 그 나라의 정치적 전통에 따라 각기 상이한 제도와 관행을 발전시켜 왔으나,지방정부의 운영에 있어서는 정당의 필요성 문제는 끊임없이 논쟁이 되고 있으며,정당의 역할이 약해져 가거나 확산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정당의 역할을 배제해 지역주민에 의한 공직후보자 추천과 지역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가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당공천제는 정당이라는 틀을 통해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민의의 수렴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반면 지역 내 갈등을 부르고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단을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는 정당 정치의 발전과 집행기관에 대한 효율적 견제를 위해 필요하지만 정당공천제 실시 이후에 나타난 문제는 지역 특색에 의한 특정 정당의 지역 지배가 고착화 되었으며, 다수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정당이 같아 통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들은 자신이 속한 정당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 있는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정당공천제를 둘러싼 찬·반 양론 모두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으므로 섣부른 판단은 또 다른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어떠한 제도나 정책도 단점이 없을 수는 없다.하지만 국민들이 요구하고,원하면 그 제도나 정책은 폐지돼야 함이 마땅하다.최근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많은 시민단체와 언론의 언급이 있지만 정당이 기초자치단체를 장악할 수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더 이상 썩어 들어가는 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썩은 살을 도려내고,피고름을 짜내고,새 살이 돋아날 자리를 만들어 주어 활기가 넘치는 피가 온몸을 돌아 건장한 청년으로 거듭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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