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가을 부르는 칼국수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온 칼국수 한 젓가락.어린시절 어머니가 집을 비우면 혼자 밀가루를 밀어 물에 우르르 끓여 먹던 맹물 칼국수를 추억하는 이도 있다.칼국수는 어려운 시절 배고픔을 달래던 ‘처량한 맛’에서 이제는 ‘찾아가서 먹는 맛’이 된 지 오래다.많은 이들의 삶과 추억이 얽혀있는 도내 숨은 칼국수 맛집을 소개한다.

 

▲ 강릉 장 칼국수(금학칼국수)

강릉 장 칼국수(금학칼국수)
고추장 베이스 칼칼한 국물 일품


동해안에서 ‘맛집’ 많기로 유명한 강릉이지만,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장 칼국수’를 빼놓고는 사실 맛을 논하기는 어렵다.강릉 도심의 대표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로’에 위치한 ‘금학칼국수’는 허름한 외관에서부터 묵직한 손맛의 역사가 배어 나온다.강릉사람들에게 금학칼국수의 맛을 물으면 열에 일곱여덟은 ‘토속적’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도심 한복판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서면 마치 시골 외할머니집에 온 듯한 느낌의 오래된 한옥 건물에 옛모습 그대로인 대문이 등장한다.이 집의 메뉴는 칼국수와 콩나물밥 단 두가지에다 반찬도 시큼한 배추김치 또는 나박김치가 전부다.칼국수는 된장과 고추장을 푼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끓인 것으로 육개장처럼 붉고 칼칼한 국물이 일품이다.약간 풀어진 듯한 면발에 수북하게 올린 김가루를 휘휘 저어 시큼한 김치 한조각을 얹어 한 입 먹으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구정민

 

▲ 영월 칡국수(고향향토식당)

영월 칡국수(고향향토식당)
칡 주 재료 고명 곁들인 걸쭉한 별미


영월에는 ‘칡국수’란 별미 요리가 있다.이름 그대로 칡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 칡국수는 육수에 담긴 면 위에 김치와 김,계란,부추,감자 고명을 얹어 나온다.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고명을 고루 섞어 먹는다.맛은 약간 쌉쌀하면서도 달짝지근한데,고명이 국물과 뒤섞이면 구수한 맛이 난다. 자연이 제공한 건강한 재료의 기운이 더해진 칡국수는 영월 여행자들이 빠트려서는 서운할 영월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다.남한강이 유유히 흘러가는 영월 김삿갓면 진별리 고씨굴관광지 내에 있는 고향향토식당(대표 송정숙)등 칡국수 전문식당은 칡국수의 순하면서 걸쭉한 맛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국물이 없는 칡비빔국수도 있다.오이와 계란,김 등의 고명을 얹은 칡국수에 육수를 조금씩 넣어가며 고추장에 비벼 먹는 것으로 부드러운 맛보다는 양념 때문에 강하고 매운맛이 난다.입맛을 돋우기에는 좋은 선택이다. 방기준

 

▲ 양양 홍합장칼국수(그린생칼국수)

양양 홍합장칼국수(그린생칼국수)
홍합이 한 가득 20년 전통 비법


바닷가 음식에는 유난히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이 많다.뚜거리탕·물회·섭국 등 동해안을 대표하는 음식 대부분이 잘 숙성된 장 맛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영동지역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장칼국수의 유래는 힘든 뱃일을 마친 어부들이 허기를 급히 채우기 위해,또는 숙취를 달래기 위해 먹었다고 한다. 영북지역 최대규모의 5일장인 양양전통시장 인근에 위치한 그린생칼국수는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맛집이다.매 4·9일마다 양양장이서는 날이면 칼국수집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토속적인 장 맛과 어우러진 홍합장칼국수는 그린생칼국수의 대표 메뉴이기도 하다.양양 그린생칼국수의 역사는 20여년에 이른다.현재 그린생칼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고진숙(46) 씨는 처음 칼국수집 문을 연 친정엄마로부터 가게와 함께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대표는 “항상 ‘국물이 보약’이라는 마음으로 칼국수 육수를 내고 있다”며 “재래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장터만큼 훈훈한 인심을 맛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훈

 

▲ 춘천 손 칼국수(산골)

춘천 손 칼국수(산골)
맑고 개운한 국물 “곰국처럼 든든”


‘멋부리지 않은 맛’을 느끼고 싶을 때는 춘천 산골손칼국수집을 찾으면 된다.1992년 문을 연 산골손칼국수는 올해로 25년째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허기진 속을 달래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메뉴 선택의 여지가 없다.‘칼국수’ 단일메뉴로 주문시에는 그릇 수만 말하면 된다.특별한 재료도,화려한 고명도 없다.멸치로 우려낸 국물에 투박한 면발,감자와 채 썬 호박,무심한듯 올라있는 김가루가 전부다.그러나 먼저 맑고 개운한 국물을 맛보고,주인장이 직점 담은 아삭한 배추·무 김치를 얹어 쫄깃한 면발을 씹은후,남은 국물까지 휘휘 불어 먹고 나면 가장 칼국수다운 칼국수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색다른 맛을 느끼고 싶다면 양념을 넣어 얼큰하게 즐기면 된다.손님들은 식당 문을 나서며 “곰국 한 그릇 먹은 것 같다”는 찬사를 쏟아낸다.‘곰국처럼 든든한’ 칼국수의 가격은 5500원이다.5000원을 받던 것을 500원 올린것도 최근 일이다.식당은 테이블이 9개뿐이라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기다렸다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안영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