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용 춘천시장

▲ 최동용 춘천시장

1990년대 초였다.춘천시와 통합되기 전,춘성군 도시개발을 총괄하는 부서장을 할 때다.그 때는 삼악산이 춘성군 관할이었다.

삼악산의 주봉인 용화봉(654m)에서 보면,의암호와 춘천시내가 한 눈에 펼쳐진다.전망 뿐 아니라 사계절 산과 호수가 빚어내는 풍광이 정말 아름답다.해외 유수 관광도시를 여러 번 다녀 봤지만 이만한 경관을 본 적이 없다.당시 춘성군의 주소득원은 농산물이었다.농업 외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해야 하는 데, 마땅치 않았다.고민을 하다가,남이섬~강촌~등선폭포로 이어지는 관광 루트를 서면까지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삼악산에 케이블카를 놓자.”

실무검토를 하다 보니,‘비행 고도 제한’이 걸렸다.당시는 캠프페이지가 있을 때니,삼악산~의암호가 헬기 항로였다.당시 안보상황으로는,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였다.그린벨트 문제까지 겹쳐서,중도에 접어야 했다.이후 춘천시,강원도청 근무를 할 때도 그 때의 구상을 놓지 않았다.2001년 춘천 발전의 족쇄였던 그린벨트가 해제되고,2005년에는 캠프페이지가 폐쇄됐다.가슴이 뛰었다.이제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삼악산 로프웨이 구상을 더 가다듬어 지난 지방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어느 분은 “그게 되겠냐”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시장 공약이라도,검증을 받아야 한다.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사업성이 높게 나왔다.다음은 법적인 문제를 검토했다.크게 두 가지가 걸렸다.삼악산 상부 정차장 부지를 보니 생태자연도가 1등급이었다.1등급지는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40여년 행정 경험에서 배운 것이 현장의 중요성이다.2015년 11월말로 기억된다.실무진과 함께 삼악산에 올랐다.눈은 내리고,등산로도 없는 산비탈을 미끄러지면서 간신히 올랐다.실제로 보니 낙엽송이 조림된 인공수림 아닌가.생태자연도를 낮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 공무원들이 실제 수림 현황 자료를 들고 해당 국가 기관을 수없이 찾아다니고,전문가를 모셔다 현장을 확인시키고,백방의 노력을 다했다.해당 기관도 우리시의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 3월 생태자연도를 2등급으로 조정했다.

또 다른 하나는 산지법이 문제였다.삼악산은 공익용 산지로 되어 있는데,공익용 산지에는 민간사업자가 로프웨이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었다.이 역시 정부에 수차례 건의를 한 끝에 지난해 말,삼악산 로프웨이 사업이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인 ‘규제 프리존’사업에 포함되고 올해 7월 민간사업자의 로프웨이 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산지법 시행령이 개정됐다.삼악산 로프웨이 사업은 까다로운 전략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현상변경 절차를 완료하고 민간사업자 공모를 거쳐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다.연말까지는 사업자를 최종 선정해서 내년 하반기 착공,2019년 준공할 예정이다.

삼악산 로프웨이는 민간사업자가 사업비 전액을 투자하고 춘천시는 하부 탑승장 일부 부지를 제공하는 민관 공동사업이다.준공과 동시에 시설 전체가 기부채납을 통해 춘천시 소유가 되고 사업자는 운영권을 갖는 방식이다.

만일 민간사업으로만 추진한다면 인·허가 과정이 매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민관 공동사업으로 추진했기에 다른 지역의 경우 계획 단계부터 사업자 선정까지 5,6년이 걸리는 사업을 2년만에 가시화시킬 수 있었다.춘천시로서는 시비 부담 없이 대형 관광시설을 갖게 됐고 거기에 더해서 연간 운영수익의 일정액을 지역발전기금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유명 관광지의 로프웨이 운영 현황을 알기 위해서,직원들과 함께 스위스,오스트리아,일본 일정을 강행군하던 시간이 떠오른다.“시장님,너무 힘들어요.” 한 직원의 넋두리에,“춘천의 미래는 관광에 있고 우리는 지금 춘천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거야.공무원 하면서 이런 일을 할 기회가 흔치 않아.”도닥이면서도 안쓰러웠다.예비 민간사업자가 선정되던 날 “미안하고 고맙다”며 소주 한잔을 건넸다.개인적으로는 40대 품었던 꿈이 영근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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