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시간이 흐른다.아니,악몽 그 자체다.지금의 대한민국이 마주한 상황은 악몽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다.불신의 덫에 걸린 사회.모든 게 의문 투성이어서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지 헷갈린다.대통령이 그렇게 만들었다.국민들은 ‘박근혜’와 ‘최순실’ 중 누가 진짜인지 묻는다.통치자의 명을 받는 수백만 명의 공직자는 망연자실하다.공조직이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최순실 일파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는 대한민국 공조직.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 씨의 딸 문제만이 아니다.나라 전체가 최순실의 손아귀에서 휘청거린다.아찔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활개 친 최순실의 마리오네트는 얼마나 될까? 우문!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는 증언과 증거들은 ‘최순실 정부’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평창동계올림픽을 관장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최 씨의 완벽한 ‘식민지’였다는 비난은 강원도민들을 절망케 한다.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을 비롯해 최 씨 개인 회사인 비덱,더블루K 를 위해 공조직이 저리 바삐 움직였으니….평창올림픽 준비가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참으로 딱하다.

‘신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들고,그 인간에게 영혼을 불어넣었다’고 가정해 보자.인형극에 출연하는 마리오네트는 관절마다 매달린 끈을 통해 움직인다.조종자의 의도에 따라 춤을 추고 칼을 휘두른다.조종자가 끈을 놓는 순간 인형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다.지금 나라꼴이 이와 같지 않은가.‘최순실은 박근혜 정부의 조종자였고,공직자와 국민들은 마리오네트였다’.끔찍하지만 어쩔텐가.실상이 그런 것을….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윌리엄스탠턴 당시 주한 미 부대사가 본국에 보고한 내용이 화제다.스탠턴은 “한국의 ‘라스푸틴(*제정러시아 요승)’으로 불리는 최태민이 인격 형성기에 박후보의 심신을 완전히 지배했고,최태민의 자제들이 그 결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루머가 널리 퍼져있다”고 보고한다.최태민의 딸이 최순실.이를 근거로 보면 박 대통령이 2대에 걸쳐 최 씨 일가에 지배당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최씨 일파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서 고등학생들은 “우리가 배운 내용에는 꼭두각시 대통령, 비선 실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대통령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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