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우리가 솔직하지 못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기준이 공정치 않다고 여기는 자기애 또는 자기기만의 유혹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인간은 언제나 옳은 일을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이기적인 욕구에 너무 쉽게 굴복하기 때문이다.다행인 것은 그 순간이 지나면 침착하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애쓴다.그러나 과거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항상 솔직하지는 않는다.솔직한 평가를 감당하기가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자신을 실제 그대로 보지 않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생각하는 자기기만이 훨씬 편하고 즐겁다.자기기만의 베일은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주기 때문에 맨얼굴을 외면할 수 있다.우리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신체적 기형이나 결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아픈 이를 혀로 자주 건드리게 되듯이,눈도 자꾸 그 결점에 쏠리게 된다.그러나 자신의 도덕적 결점을 들여다 볼 거울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도덕적 결점에는 대체로 둔감하다.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그들 자신을 속여도 내 자신은 민낯을 정직하게 본다고 흔히 믿지만 그 믿음은 자기기만인 경우가 많다.사회생활에서 조금 과한 자존심이나 자신감이 이로울 때도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사랑스럽지 못하며,이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실제보다 과장하는 착각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결점을 고치지 못한다.게다가 자신의 결점은 잘 보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도덕적 결점은 너무 빨리 파악한다.따라서 주위 사람들의 결점을 통해 자신의 결점을 되돌아보는 일이 수양에 도움이 되며,결점이 있는 이웃이 나의 결점을 고치는데 기여하는 거울이 된다.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그에 대한 평가를 관찰하며 사회적 규범과 도덕 원칙을 배우고,이기심으로 가득한 욕망을 잠재우려고 노력할 수 있다.사람들이 실제로는 이기적인데도 자신을 이타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타적으로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그것은 일종의 자기선전이며,사랑받고 싶어 하는 바람을 이타적인 형태도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자신의 이기심을 친절해 보이는 행동으로 은폐하는 것이다.그리고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해서이다.

자신을 속여 스스로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기 위해서이다.우리는 스스로 이상적인 삶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자신의 결점을 자기기만의 베일 뒤로 숨길 뿐 아니라 미덕으로 바꾸어놓기까지 한다.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면서 옳은 일을 한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한다.자기기만은 확증 편향이라는 말로 달리 표현할 수 있다.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박하는 증거를 무시하고 내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만을 열렬히 받아들이는 것이다.자신이 사랑스럽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는 잊거나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에,자신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확인시켜주는 기억은 지나치게 잘 받아들인다.우리는 상대가 자신의 결점은 모르고 자신의 주장만 과신한다고 믿는다.따라서 내 세계관 너머의 심오한 진실을 상대가 알 리 없다고 결론을 내리지만 사실은 내가 그럴 수 있다.사람들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속이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속이기 쉬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우리는 스스로를 속여 자신이 사랑스럽다고 믿을 수 있다.그러나 정말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거나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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