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는 이명박대통령은 ‘2MB’로 불렸다.그의 역량이 미덥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 그가 4대강사업과 에너지 개발에 수십조 원을 쏟아 부었을 때도 국민들은 그러려니 했다.‘떡고물 잔치’가 벌어졌다는 소문에도 모른 체 했다.지난 달 MB정권의 기획재정부장관이었던 강만수씨가 구속됐지만 의혹의 ‘몸통’을 밝히라는 요구는 크지 않았다.국민들은 그저 “지 주머니 채웠겠지.어쩌겠어.다 지난 일인데….”라며 참아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심상치 않다.“주권을 깡그리 도둑 맞았다”고 치를 떤다.펄펄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쩔 줄 몰라한다.선술집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담뱃값,소주값에 주민세를 올려도 말 안하려 했는데 이게 도대체 뭐냐?이나라 민주공화국 맞냐?투표는 뭐하러 해.나라를,주권을 통째로 바치는데…”.그랬다.어르신들께 기초노령연금을 준 뒤 담뱃값으로 뺏고, 대통령 뽑아놨더니 권한 빼돌리고….도대체 이 모든 게 누구 책임일까.대통령일까?최순실일까? 이 의문이 풀려야 한다.

한 언론사가 ‘2017대한민국트렌드’를 묻는 설문조사를 통해 ‘젊은 세대일수록 자기 감정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는 결과를 내놨다.혼자 밥 먹기(혼밥)와 혼자 술 마시기(혼술)에 익숙하고, 타인과 교류하고 감정을 주고받는 것에 낯설다고 한다.대면접촉이 아니라 집으로,방으로 꼭꼭 숨어들어 ‘나 아닌,다른 사람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한다고 했다.그런데 아니다.‘최순실 주연,대통령 조연’의 리얼리티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았다.전대미문의 ‘난독 프로그램’을 만나서일까.그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피켓을 들고 대자보를 붙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청년들을 바꾸고 있다.한 대학생은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며 또래를 조소하던 최 씨 딸을 야무지게 꾸짖는다.“정당한 노력을 비웃는 편법과 그에 익숙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얻어진 무능.그게 어떻게 좋고 부러운 건지 나는 모르겠다.(…).이젠 오히려 고맙다.네 덕분에 그 동안의 내 노력들이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 그 노력이 모이고 쌓인 지금의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실감이 나”.어떤가.대한민국의 미래세대는 이처럼 의연하다.철딱서니 없는 ‘금수저’ 빼놓고.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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