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들녘이 우울하다.쌀농사에 희망을 걸었던 농부들.그들의 숨결이 거칠어졌다.20년 전으로 후퇴한 쌀값에 넋을 놓는다.이런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지난 1997년 정부의 2등품 기준 쌀(80㎏) 수매가격은 13만1770원.1999년엔 13만9020원으로 소폭 올랐다.20년이 지난 2016년 현재의 산지 쌀값은 13만5000여 원.지난해보다 무려 2만4000여원(15.1%)이 폭락하면서 2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박근혜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17만원인 쌀값을 2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오히려 4년 전보다 더 떨어졌다.

쌀은 여전히 농민들의 최대 수입원.농업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4년 기준, 19.8%에 이른다.‘쌀값이 흔들리면 농가경제가 무너지고, 더 나아가 국가경제가 흔들린다’는 주장은 헛말이 아니다.그러나 정부는 농심을 어루만지는데 실패했다.“사료 값보다 싼, 쌀농사를 계속 지어서 무엇하냐”는 농민들에게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이러는 사이에 쌀 재고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묵은쌀 사료화 확대,쌀가공품 개발,쌀 생산조정제 등의 정책이 요구되지만 정부의 행동은 더디다.

지난해 ‘쌀값 보장·밥쌀용 쌀 수입 반대’ 등을 외치며 민중 총궐기에 참석했다가 물대포를 맞고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이 6일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 열사묘역에 안치됐다.그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쌀값 21만 원’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다 변을 당했다.“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농업인을 위해 실효적이고 전향적인 쌀값 안정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다 ‘죽음’과 맞딱뜨린 것이다.그럼에도 그의 외침은 계속된다.진행형이다.‘농민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을 꿈꾼다.

계절은 상강(霜降)을 지나 어느새 입동(立冬).15일이 지나면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농민들의 마음이 다급하다.막바지 추수(秋收)에 하루 해가 짧다.그러나 마음은 빈 들녘처럼 허허롭다.한 해의 수고가 바람처럼 그물망을 빠져나간다.덧 없다.농민들은 오는 12일 또다시 거리로 나선다.‘쌀값 21만 원’을 촉구하는 민중 총궐기다.그들은 외친다.‘내가 백남기다,우리가 백남기다’라고.날은 추워지는데….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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