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불법도청으로 임기도중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된 닉슨 대통령의 사임연설문중 몇부문을 발췌해본다.“개인적으로는 끝까지 가려했으나..내 개인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싸움을 오래 계속하다보면 대통령과 의회의 시간과 관심이 그곳에 빼앗기게 될 것이고,제가 판단을 잘못한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 시점에서 국익에 가장 부합된다고 믿고 내린 판단이었고.. ” 등이다. 이 사임연설문은 ‘자신은 늘 잘해왔다. 잘못은 남의 탓이다. 이번 경우 결백하지만 나라를 위해서 자신이 희생한다’로 요약된다.오만하고 상황파악 안되는 무개념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연설문에는 이런 사태를 일으켜서 국민에게 미안하다는 요식적인 말 조차 한 문장도 나오지 않는다. 혹자는 사과가 법적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로 인식될 수도 있어 사과를 안한 것이라 하지만 어불성설이다.신뢰를 잃을 행동을 했을 경우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안위에 대한 계산보다 자신을 선택해준 국민을 먼저 떠올려야하기 때문이다.진정성있는 사과는 커녕 형식적인 사과조차 할 줄 몰랐던 대통령 닉슨은 미국 역대 최악의 대통령 10위 안에 늘 이름을 올린다.박대통령이 반면교사 삼을 일이다.

박대통령의 2차 담화문 이후 민심이 더 나빠졌다.미흡한 사과 때문이다.어제는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가 총리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자신의 거취는 전혀 논하지 않았다.국민의 분노에 대한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너무나 안이하다.오바마대통령의 따뜻한 정치를 보면서 무조건 낮아지는 섬김리더십을 권하기도 했고 세월호때 메마른 감성을 보면서 국민과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라고 컬럼을 썼었다.소용없는 일임을 이제야 깨닫는다.그럴 능력이 안되는 데 너무 과하게 요구했다.역량도 마음도 감성도 상식적이지 않은 대통령에게 상식을 말했으니 변화될리 없었다.

‘오만과 무지, 그리고 무능, 지도자들의 이런 특질은 치명적 칵테일(lethal cocktail)이다.’라고 언론인 카터는 말한다. 치명적 칵테일의 대통령은 먼나라 얘기만은 아니었다.혹시라도 박대통령이 사임 연설문을 쓴다면 닉슨의 사임연설문과 별반 다르지 않을것이라 추측해본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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