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명주동 골목길
고려 임영관 삼문·조선 칠사당
역사문화유산·스토리 골목 즐비
낡은 방앗간·교회 리모델링
카페·공연장·예술마당 운영

▲ 강릉 명주동의 봉봉방앗간은 ‘문화떡공장’이라는 이름의 낡은 방앗간 건물을 개조해 만든 카페다.

강릉 명주동에서는 고개를 높게 들지 않아도 파란 하늘이 보인다.시야를 가로막는 높은 건물들이 없어서다.나즈막한 단층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정겨운 동네.혼자,혹은 둘이 걷기에 알맞은 넓이의 골목길이 감성을 자극하는 곳.명주동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옛스러운 풍경들을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세월의 때가 내려앉은 육중한 철문하며 우툴두툴한 시멘트 담벼락,기와 또는 슬레이트를 얹은 주택들은 시간이 과거 어느 시점엔가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이 동네가 예사롭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조용하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웅변하는 풍경들이다.

명주동은 언필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도시’라고 자부하는 강릉의 유서 깊은 문화 저력이 탄생하고,자라는 중심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난 2001년 강릉시청이 지금의 홍제동 신청사로 이전하기까지 강릉의 오랜 행정중심은 이곳이었다.명주동 곳곳에는 이 동네의 가치를 말해주는 역사문화유산과 스토리들이 광장과 모퉁이마다 즐비하다.고려 태조 19년인 936년에 창건된 임영관 삼문(국보 제51호)과 조선시대 수령의 집무처였던 칠사당(강원도 유형문화재 제7호)을 비롯해 고려 말~조선 전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릉읍성 성곽의 흔적도 골목 골목에 남아있다.이런 중요성 때문에 명주동 일대를 ‘현상변경허가 대상구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에 함부로 건물을 신축하거나 굴착공사를 할 수 없게 했다.

 

그래서일까.명주동에는 ‘새 건물이지만 새것이 아닌’ 건물들이 많다.낡은 방앗간을 개조해 만든 카페 ‘봉봉 방앗간’이나 교회를 리모델링한 ‘작은공연장 단’,초등학교 건물을 재건한 ‘명주예술마당’이 대표적이다.그야말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을인 셈이다.낡고 오래된 것들이 풍기는 편안한 분위기가 그리워질 땐 명주동을 걷자.걷다가 손이 시려우면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어느 카페에 들어가 라떼 한잔을 주문하면 된다.라떼에 담긴 명주동의 온기가 바쁘고 급한 세상에 지친 당신 마음을 데워줄 것이다.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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