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무리지어 핀 꽃 무더기가 그렇고,들녘을 가득 메운 배추의 열병이 그러하다.마음을 꽉꽉 채운다.가을 끝자락에서 만난 쑥부쟁이 군락이 꼭 그와 같다.수천만송이 꽃으로 무장한 쑥부쟁이의 군무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수채화다.바람이 그린 자유의 몸짓이며 햇살이 빚은 세월의 무게다.그 쑥부쟁이가 이곳저곳에서 난데없이 불쑥불쑥 피어난다.촛불로 타오르며 들불로 번질 태세다.온통 쑥부쟁이 천지다.

가을은 국화의 계절.오죽하면 가을 들판에 핀 모든 꽃을 족보에도 없는 ‘들국화’라 부를까.산국,감국,구절초,쑥부쟁이,개미취,벌개미취,미역취 등 각각 제 이름이 있는데도 들국화라 불렀다.차라리 ‘들꽃’이라 부르면 ‘무식한 놈’ 소리는 안 듣지.들국화 중에서도 쑥부쟁이의 처지가 안쓰럽다.안도현시인은 ‘무식한 놈’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쑥부쟁이와 구절초를/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라고.

연(緣)을 끊는다니, 참 무섭다.끊을 땐 끊더라도 ‘쑥부쟁이’는 제대로 알아야지.쑥부쟁이는 잡초다.민중과 애환을 함께 한 풀이니 민초(民草)라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국화과에 속하는 여러 해 살이 식물로 키가 35~50㎝ 정도까지 자란다.정유를 함유하고 있어 초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먹었다.소화를 돕고 혈압을 내리며, 기침과 천식을 치유하는 민간요법으로 썼다.한방에서는 해열제와 이뇨제로 사용한다.전라남도 구례군은 쑥부쟁이를 떡과 국수, 머핀 등 다양한 음식재료로 활용하는 6차 산업을 일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유독 ‘쑥부쟁이’가 눈에 밟힌다.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한 것처럼 박근혜와 최순실을 구분하지 못한 업보다.아니,들판에 무리지어 핀 쑥부쟁이 꽃이 촛불의 일렁임으로 다가섰기 때문일 것이다.된서리가 내린 늦가을인데도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며 수천만송이 꽃을 피워 올린 저 인내와 끈기!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과 ‘기다림’.오늘의 대한민국 민초들이 간절히 원하는 그 것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가.부정한 권력의 최후를 기다리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그리워하는….촛불 너머 그 세상!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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