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이제 당신의 시계는 멈췄다. 헌법이 규정한 임기 5년은 법률적으로 유효할 지 모른다. 하지만 정권의 손과 발이 됐던 관료들은 더이상 당신과 청와대를 주목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과 귀는 여의도로 넘어간지 오래다. 관료들은 체험을 통해 강물은 흘러 오고 흘러 가지만 강바닥의 돌은 구르지 않는다는 것을 즐기고 있다. 집권 내내 국정 운영의 동력이자 힘의 원천이었던 검찰의 칼도 이젠 당신의 칼이 아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 3당은 당신에 대한 탄핵에 나섰다. 당신과 반목했던 여당 일부도 가세하고 있다. 최장 120일간 펼쳐질 특검과 6개월간 논란으로 점철될 탄핵 절차도 당신의 시간이 아니라 특별검사와 야권의 시간이다. 결국 국민과 헌법이 당신에게 위임했던 모래시계의 모래는 모두 소진됐다. 지금 당신은 칼자루가 아닌 칼날을 쥐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는가. 당신의 지지율은 3주 연속 5% 바닥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가 한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부정평가는 2주 연속 90%다. 긍정과 부정 평가의 격차는 무려 85% 포인트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격차는 마치 쩍 벌어진 악어의 입처럼 다물어질 줄 모른다. 당신에게 무한의 신뢰를 보냈던 50대와 60대, 대구와 경북도 이젠 영영 떠나가 버렸다. 여론의 반등은 상상할 수 없다. 당신을 공주처럼 여왕처럼 떠받들던 여당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찢기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지리멸렬 그 자체다. 좌고우면하며 요리조리 위기상황을 모면하려는 잔머리만 판을 치고 있다. 난국을 수습하고 위기를 타개할 능력과 의지는 없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한 줌 왕당파의 충성경쟁이 가엽고 서글프고 안타까울 뿐이다.

도대체 무엇을 도모하나. 당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시위는 이제 주말 문화행사가 됐다. 강원에서 제주,제주에서 강원까지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국민의 함성이 아직도 안 들리는가. 손에 손에 치켜든 100만 촛불이 횃불처럼 타 오르는 저 광경이 아직도 안 보이는가. 교실과 교정에서 거리와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의 여린 손에 들린 ‘퇴진’과 ‘하야’의 의미를 아직도 모르는가. 당신이 임명한 총장의 지휘를 받는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이자 피의자로 당신을 지목했다는 비보에 절망하는 국민의 참담함을 아직도 못 느끼는가. 100만 횃불이 되어버린 100만 촛불은 이제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다. 과연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도모한다는 말인가.

당신은 이제 5000만 국민에게 포위되어 있는 청와대에 갇힌 피의자에 불과하다.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특정 개인을 위해 국정을 농단한 나머지 공범으로 전락한 한낱 일부(一婦)일 뿐이다. 국민들은 당신에게 묻는다. 국가 원수로서 과연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 그리고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유효한지? 시대 정신인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국군 통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이 국민 앞에 사죄한 것처럼 이 모든 사태는 당신의 잘못이고 당신의 불찰로 빚어졌다. 또 당신이 참회한 것처럼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어렵다. 정녕코 당신의 사죄와 참회가 그러하다면 당신이 선택해야 할 길은 자명하다. 퇴진과 하야. 그 길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이 당신에게 보내줬던 지지와 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다. 또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믿고 당신에게 사랑과 애정을 대물림한 순박한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째깍째깍. 국민들의 시계가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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