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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규 강원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이남규 강원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어느 TV방송 퀴즈프로그램에 출연한 신혼인 여성출연자에게 사회자가 물었다.“남편에게 이것만은 꼭 해주었으면 하고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그러자 대뜸 답하는 말이 “보증은 절대 서주지 말아요.또 일주일에 한번은 꼭 외식을 했으면…”이라고 했다.출연자나 시청자 모두 웃었지만 공감하는 말 아닌가?그만큼 보증은 위협적인 존재다.믿는다는 뜻의 한자어 ‘신(信)’자를 풀어보면 사람(人)의 말(言)이다.보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상대방이 애초에 한 말이 본래 의도와는 관계없이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 약자들은 보증의 이러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달리 기댈 곳이 없다.오늘날 경제 환경은 믿음(신용)을 먹고살기 때문이다.특히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들은 과거 관치금융의 그늘에서 많은 쓰라린 경험을 했다.그 결과 신용을 바탕으로 한 금융거래에는 다소 인색하다.따라서 이들 경제적 약자의 지팡이가 되도록 하는 것이 강원신용보증재단 같은 공적인 보증기관이다.강원신용보증재단은 강원도가 출연해 1999년 설립한 강원도민의 보증기관이다.지난 17년간 약 13만개 업체에 2조8000여억 원의 보증을 서왔다.올해만도 1만8000여 업체에 약 3700억 원의 보증을 공급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왔다.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경영안정특례보증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현재 1400여개업체에 330여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금융지원에 목말라 하는 많은 소기업,소상공인들이 많다.최근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창업한 소상공인들이 2년 내에 폐업하는 비율이 50%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따라서 이들이 재도전할 수 있는 제도가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예를 들면 창업실패사유 분석프로그램 운영,일정기간 채무상환유예제도 운영,개인회생 또는 신용회복 등의 기간확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이러한 제도는 40세 이하 청년창업자에게 우선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제도가 보완된다면 더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할 것이고 성실한 소상공인들이 재기에 성공할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최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충격을 ‘실럼프(최순실+트럼프)’라고 한다.요즈음의 분노와 좌절,박탈감과 당혹감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주는 신조어도 없을 듯하다.하지만 우리의 정치,경제상황이 암울하다고 해서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중국의 문학가 루쉰(魯迅)은 이렇게 말했다.“본래 땅에는 길이 없었다.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희망도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희망이 있다고 믿으면 희망이 있고 희망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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