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춘

강릉우체국장

공자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 ‘벗이 멀리서 찾아오는 것’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는 것’을 인생삼락이라 하였고,맹자는 군자의 인생삼락으로 부모형제가 건강하고 편안한 것,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그리고 인재를 얻어서 가르치는 것을 꼽았다.부와 권력,명예를 쫓으며 살아가는 필부들에게 공자와 맹자의 삼락은 다소 거리가 있는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즐거움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두에게 중요하다.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즐거운 거리를 찾게 되어있다.논어에는 ‘아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좋아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일갈되어있다.즐거움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고,찾아보는 것은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나는 수년 전부터 一주(酒),二 동(動),三 독(讀)에서 삼락을 찾았다.

술은 과맥전대취(過麥田大醉,밀밭을 지나가도 크게 취하는 사람)를 면한 정도이다.2차는 꿈도 못 꾸고,1차에서도 한 시간이면 족하다.사람이 좋아서,만남이 좋아서 술자리를 갖고,소통과 관계의 매개체로 삼고 있다.동(動)은 글자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다.많이 움직이려한다.전에 살던 곳에서는 한 시간 이상의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 했고,지금은 새벽에 두 시간 이상을 걷고 있다.인근에 경포호,남대천,해변 솔 숲길 등 걷기 좋은 곳이 많다.이른 시간에 걸으면서 어제를 돌아보고,오늘 할 일을 정리한다.특히 좋아하는 시를 암송하면서 걸으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젊었을 때 읽은 책이 별로 없어 평소 지식과 정보의 부족을 느꼈기에 독서를 즐거움으로 삼았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독서는 삶을 깊이 있게 하고,풍요롭게 만들기에 선택이 아닌 필수이나 실천하기가 가장 어렵다.오바마 대통령이 말을 잘하는 것은 어린 시절 독서를 즐겼기 때문이고,마오쩌둥은 부상을 당해 들것에 실려 가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으며,빌게이츠는 매일 밤 한 시간을 책 읽기에 투자한다고 한다.지금까지 소홀히 한 독서,앞으로는 가장 즐겨야겠다.

제일 경계해야 할 즐거움은 술이다.좋은 취지에서 가진 자리이나 지나치면 관계를 허물수도 있고,건강을 해치고,시간도 뺏긴다.아침술은 돌,낮술은 구리,밤술은 은,사흘에 한번 마시는 술은 금이라는 말이 탈무드에 있다.현대 의학에서도 해장술은 절대 금물이고,매일 마시지 말고,간이 쉴 수 있게 간격을 두고 마시라고 가르친다.이 세상에 술잔에 빠져 죽은 사람이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많다고 한다.술을 좋아하는 분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이제부터 세 가지 즐거움의 순서를 一독(讀),二동(動),三주(酒)로 바꾸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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