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길

환동해학회 편집위원장

겨울이다.예전 어른들은 ‘동삼(冬三)’이란 말을 했다.동삼나기란 겨울 석 달을 나는 것을 의미한다.옛 문헌을 보면 ‘삼동(三冬)’이란 표현도 있다.이 두 단어는 오늘날 21세기 사람들은 잘 쓰지 않는다.시간이 흘러가면 언제나 새로운 단어들이 나타나고,즐겨 사용하던 단어들은 용도폐기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자연스런 현상이다.

어제가 대설(大雪)이다.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이지만,강원도,특히 영동지역과는 관련이 적은 말이다.대체로 12월초 한 번쯤 눈비가 내리기는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해안 지역은 비교적 따뜻한 편이다.태백산맥이 겨울의 초입에는 차가운 기후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12월초는 음력으로는 몇 월에 해당할까? 2016년의 경우 달력을 살펴보니 동짓달이다.달을 지칭하는 언어가 음력과 양력이 다르다.정월,동짓달,섣달 등은 음력을 말할 적에 사용하는 단어이고,1월,11월,12월은 양력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사실 한자문화권에서 ‘겨울’이란 말은 음력 10월(상달),11월(동짓달),12월(섣달)을 의미한다.겨울에 내리는 눈은 주로 동지섣달에 내리지만,동짓달보다는 섣달에 집중되어 내린다.그런데 동짓달이 양력1월경에 올 경우가 있다.이 경우에는 동짓달이라 해도 폭설이 올 수 있다.대표적으로 동짓달 폭설이 온 것이 1951년 1월 4일이다.한국전쟁 당시 1·4후퇴라고 말하는 이 날이 음력으로는 동짓달이었다.

겨울의 눈이 동짓달이나 섣달에 주로 내리지만,봄에도 눈이 내린다.한자문화권에서 봄은 음력 정월,2월,3월을 지칭한다.그래서 옛 문헌을 살펴보면 춘설(春雪)이란 표현이 많다.한자문화와 음력에 서툰 사람들은 봄에 눈이 내린다는 표현을 어색해 할지도 모른다.‘봄눈은 힘이 없다’는 말은 양력 3월경에 내리는 눈을 의미한다.

서민들이 겨울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김영란법이 올해 발효되면서 불우이웃돕기 차원의 연탄지원,기타 등등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한겨울,기초생활수급자 등과 관련한 예외조항이 필요해 보인다.이처럼 겨울과 눈,특히 폭설이 두려운 사람들이 곳곳에 있지만,폭설을 기다리는 사람들도,지역도 있다.스키장이 있는 지역,특히 2018년 동계올림픽이 예정되어 있는 평창이 여기에 해당한다.

평창은 폭설이 자주 내려 일찍부터 스키장을 개발하였고,1975년에는 드디어 대관령 용평스키장을 개장하기에 이르렀다.그리고 2018년 강릉과 더불어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되었다.대관령 정상에서 내리달리면 스피드광은 20여 분,정상 속도로 달려도 30여 분이면 동해바다를 만날 수 있다.시력이 좋은 사람은 용평스키장 발왕산 정상에서 저 푸른 동해를 볼 수도 있다.시력이 덜 좋은 사람은 조금 더 내려가 대관령 정상에 오면 된다.그곳에서는 대관령 구비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수시로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한겨울의 스키와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지역은 전 세계에서도 드물다.

관광이란 관국지광(觀國之光)의 준말이다.직역하자면 한 나라의 빛이 될 만한 것을 보는 게 관광이다.기암절벽이나 호수나 바다 등의 자연경관을 보는 것은 좁은 의미의 관광일 뿐이다.진정한 의미의 관광이란 빛(光),즉 대표적인 것을 보는 것이다.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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