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를 어찌하나….‘야생의 왕’으로 등극한 멧돼지의 기세가 사납다.최근 2년 동안 강원도 삼척에서만 멧돼지의 공격으로 2명이 숨졌다.멧돼지와 맞닥뜨리는 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올들어 도 소방본부에 접수된 멧돼지 신고건수는 3일에 1번꼴인 80여회.산지면적이 81%에 이르는 강원도에서 ‘멧돼지 환(患)’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엊그제 삼척에서 발생한 멧돼지 사고도 약초 채취 등 생업을 위해 산에 올랐다가 발생했다.21C에 호환(虎患)에 버금가는 멧돼지 환(患)을 걱정해야 하다니….

매년 1만8000여 마리의 멧돼지가 사살 또는 포획되는데도 멧돼지 폐해는 근절되지 않는다.이제는 농작물 피해를 넘어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한다.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이가 부족하다지만 멧돼지 서식밀도는 계속 증가 추세.2011~2014년 간 전국 평균 멧돼지 서식밀도는 4.2마리(100㏊당)로 증가했다.강원도는 전북(8.7마리),경남(6.6마리)에 이어 5.0마리에 이른다.개체수 또한 매년 증가한다.산행시 언제 어디서나 멧돼지와 맞닥뜨릴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멧돼지와 인간의 생존 싸움(?)은 역사가 깊다.그리스 신화에도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이야기가 나온다.황소만한 크기에 코끼리 상아 크기의 엄니, 창날 같은 털을 가진 멧돼지가 농경지를 파괴하자 그리스 전역의 영웅들이 사냥에 나선다는 줄거리.현대판 ‘수렵 허가’로 이해된다.그때나 지금이나 멧돼지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벌어진 일이다.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멧돼지 피해가 확산되자 ‘야생동물 음식 진흥회’를 만들었다.‘만들자!먹어버리자!’는 슬로건이 섬뜩하지만 이해가 된다.

야생동물과의 전쟁이 1년 내내 벌어지는 일본에서는 포획한 새와 동물의 유통이 자유롭다.‘멧돼지 고기는 술집에, 사슴 고기는 식당에’ 납품하는 식이다.유럽을 지배한 권력자들의 특별한 연회를 연구한 로이 스트롱은 그의 저서 ‘권력자들의 만찬’에서 1500년경에 유행한 ‘불을 토해 내는 멧돼지 머리 요리’를 설명한다.사냥을 통해 얻은 멧돼지를 연회에서 즐긴 것이다.반면,우리의 야생동물법은 포획하거나 사냥한 야생동물의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이제는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할 때가 아닌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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