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시세끼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있을까.집 밥마저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어서 식탁에 앉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밥상을 물리게 하는 으뜸 원인은 스트레스.원인제공자는 어리석고 무능하며 욕심까지 많은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간신배들.‘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는 전 국민을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들었다.‘모른다.기억이 안 난다.그런 사실 없다’ 등으로 압축된 청문회 발언은 이 나라의 핵심 권력층이 얼마나 간악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그런 그들에게 국민은 개, 돼지로 보였을 테고.

이 와중에 1차 개인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첫줄부터 붉은 글씨가 선명하다.레드카드!‘000 질환에 대해 바로조치 필요’.이건 뭐지?한동안 절제했던 음주가 과했기 때문일까.고혈압과 당뇨,뇌혈관 질환,만성 간질환 등에 대한 기초검사를 통해 질병 가능성을 진단하는 1차 건강검진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지독히 무더웠던 여름날의 절제와 노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촛불정국에 스트레스가 배가됐음을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가 말해준다.관리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다.‘박근혜·최순실 증후군’은 한 개인의 건강검진 결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악랄!

지금 전 국민이 홧병을 앓는다.가슴이 터질듯하고 숨이 막힌다.잠시도 안정이 안 된다.명치끝이 짜르르하며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알 수 없는 불안이 분노를 일으킨다.마음에서 발화된 불이 나를 태우고 사회를 태우고 나라를 태울 기세다.이 지랄같은 홧병을 어찌할 것인가.이 억울함을 어떻게 풀고,보상받아야 하나.2016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억울함을 풀 처방전이 필요하다.

개인 뿐 아니라 나라의 건강도 위태롭다.이 나라가 어떤 상태인지 세밀한 진단이 요구된다.종합진단이 이뤄져야 한다.환부가 드러나면 도려내야 한다.깡패집단을 닮은 의리와 어쭙잖은 동정은 필요없다.암덩어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 또 어떤 형태로 대한민국 전체가 집단 레드카드를 받을지 모른다.정치의 영역에선 순자의 ‘주수군민론(舟水君民論)’이 요구된다.“군주는 배(舟)이고 백성은 물이다.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이를 명심했다면 나라가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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